스트레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규직’ 채용광고보고 지원

입사하니 ‘계약직’으로 변경”

면접서 성차별 문제도 ‘심각’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A병원의 2020년 정규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정규직에 채용된 간호사 B씨는 입사 첫날 인사과 직원이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고 설득해 계약직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하지만 이후 병원에선 첫 발령부터 따돌림, 비하, 지속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그는 원하는 병동으로 변경해 출근했으나 거기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내 갑질로 인해 병가를 내고 지내던 중 병원 측으로부터 평정진행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보류한다는 통보받았다.

#2. C씨는 지방에 있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 입사 면접 때 “이 지역에 연고가 있느냐? 육아는 어떻게 해결할거냐? 여자들은 뽑으면 육아 때문에 실적을 못 내더라”라는 내용의 질문을 받았다. C씨가 면접에서 황당한 일을 겪은 건 이뿐 만이 아니다. 그는 “다른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는 이미 내정자가 있었는지 전공과 무관한 ‘올챙이가 알을 어디에 낳나?’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나 이와 연관된 또 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업난으로 고통 받는 구직자들이 채용과정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적지 않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이 같은 사회문제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도 허위광고, 과장광고가 올라온다는 제보도 나왔다.

◆‘합격통보 뒤 일방적 취소’ 사례도

정규직 채용 광고를 보고 입사했는데 비정규직이거나 프리랜서인 채용사기, 채용면접 과정에서 겪는 차별, 면접 후 합격을 통보받았는데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채용취소, 채용광고에 명시된 월급보다 적은 월급을 준 과장광고 등 부당한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이른바 ‘입사갑질’은 대체로 면접과정에서 차별적 발언 등을 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갑자기 채용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거짓·허위로 채용광고를 게재하는 경우나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변경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 등)하는 방식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모집과 채용에서의 차별행위는 금지되며, 성별, 종교, 장애, 나이, 혼인여부,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특정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도 모두 ‘차별행위’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실제 면접 현장에선 차별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위·과장돼 나온 채용광고를 보고 피해를 당한 사례도 제보됐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구직자들은 채용광고에 나온 임금을 믿고 입사원서를 낸다. 그런데 입사 후 임금 수준이 변동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채용절차법 제4조 제3항에 비춰 불법임이 명백하나 구직자들은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는 “노동부는 입사 후 근로계약서 또는 연봉계약서의 형식으로 채용광고 상의 임금 수준보다 저하된 계약을 체결할 경우 본인이 동의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로 보지 않는다. 구직자가 허위·과장광고임을 확인한 후에는 이미 늦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있다. 최근 2년간(2019~2020년) 입사갑질에 대한 신고가 총 559건 이뤄졌지만, 수사기관에 통보된 것은 단 1건(0.18%)에 불과했다. 또 과태료가 부과된 것도 177건(31.66%)에 그쳤다. 심지어 신고 건수의 절반 이상인 371건(66.37%)은 별도의 조치 없이 행정종결 됐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신고 건수는 점점 늘어가지만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동부는 구직자가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교육 자료를 제작·배포하고 채용과정에서의 불공정한 행위·차별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현재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노노모(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서비스연맹법률원 등),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등 많은 법률가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전문가들이 오픈 카톡 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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