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경우 한국은 해양을 공유한 가장 가까운 이웃이기에 그만큼 우려와 걱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우리 어민들의 생계는 물론이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먹거리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책은 늦어도 너무나 늦었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불가피하게 해양에 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서도 이렇다 할 후속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정부 차원의 성명이나 입장 전달만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일본 내부의 일이긴 하지만, 우리는 일본과 인접한 국가로서 얼마든지 행동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해양오염에 대한 위험성과 그 폐해를 얼마든지 공유할 수도 있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하는 문제를 지시한 것도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 이미 일본 정부는 오래 전부터 국제법 검토는 물론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해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즉각 일본 정부의 해양방류 조치에 힘을 실어 준 것도 그런 배경일 것이다. ITLOS에 제소해서 성과가 좋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며, ‘무능 정부’의 딱지도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ITLOS의 ‘잠정조치’만이라도 얻어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잠정조치란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잠정 중단토록 ITLOS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대신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또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마침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해 한국 등 주변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조사단을 구성해서 일본에 파견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AEA가 이미 일본의 손을 들어준 만큼 진정성 있는 대안적 조치가 될 지는 미심쩍지만,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적극 동참해야 한다. 국제적인 조사단이 단순한 여론호도용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와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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