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이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3
라마단 기간이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3

13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진행

코로나 사태 속 두번째 라마단

금요합동 예배 등 참석 제한

“코로나 이후 발길 줄어 한산”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이슬람교의 최대 절기 라마단이 시작됐다. 13일부터 시작된 라마단은 오는 5월 12일까지 약 한 달간 이어진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19가 최근 계속 확산세를 보이면서 올해도 예년과 같이 제한된 분위기 속에서 라마단 기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슬람계는 합동예배 등의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모여서 기도드리는 일을 자제해달라는 권고를 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신도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로 늘 붐볐었는데 지금은 예전과 같은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으니 아쉽죠….”

라마단이 시작한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입구에서 만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성원을 방문하는 발길이 줄었다”면서 “내심 라마단 행사를 기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도 많이 모일 순 없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랍어로 ‘무더운 달’을 뜻하는 라마단은 이슬람 달력으로 아홉 번째 달에 해당한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알라(신)의 계시를 통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첫 구절을 받은 날인 ‘권능의 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날 본지가 방문한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라마단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분위기는커녕 한산한 모습이었다.

의례적으로 무슬림(이슬람 신도)들은 라마단 기간 해가 뜬 시간부터 지는 시간까지 금식하며 해가 지면 집에 가족, 친지를 초대해 만찬을 즐기거나 성원을 찾아 기도와 쿠란(이슬람 경전)을 읽는다.

성원 관계자는 “서울중앙성원에서는 해가 지고 나면 무슬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만찬을 즐겼다”며 “성원이 꽉차 성원 앞마당에서도 테이블을 필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작년부터 올해까지 코로나19로 성원에서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며 “대신 티켓(식권)을 줘서 근처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5일 서울 용산구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을 찾은 국내외 무슬림들이 ‘이드 알 피트르(Eid al Fitr)’ 예배를 드리기에 앞서 준비하고 있다. 이드 알 피트르는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축하하는 이슬람 명절이다. ⓒ천지일보 2018.6.15
지난 2018년 라마단 기간 서울 용산구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을 찾은 국내외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리기에 앞서 준비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DB

특히 라마단 기간 이후에는 라마단이 끝났음을 축하하는 ‘이둘 피트리에’ 기간이 약 열흘간 진행되는데 이때에도 무슬림들이 다 함께 성원에 모여 기쁨과 감사를 나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성원에 모이는 게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이슬람교중앙회 측은 라마단 동안에는 집에서 많은 인원이 모여 기도를 올리는 일은 자제해달라고 교도들에게 권유했다. 다만, 라마단이 끝났음을 축하하는 휴일 ‘이드 알 피트르’는 예년처럼 진행이 어려울 수 있으나 상황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결정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5일 서울 용산구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을 찾은 국내외 무슬림들이 ‘이드 알 피트르(Eid al Fitr)’ 예배를 드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드 알 피트르는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축하하는 이슬람 명절이다. ⓒ천지일보 2018.6.15
서울 용산구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중앙성원을 찾은 국내외 무슬림들이 ‘이드 알 피트르(Eid al Fitr)’ 예배를 드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드 알 피트르는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축하하는 이슬람 명절이다. ⓒ천지일보 2018.6.15

라마단 풍습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기도하고 함께 식사하고 연회를 즐긴다는 특성상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앞서 작년 5월에 진행됐던 이둘 피트리의 경우 참석인원을 최소화한 채 성원에서 열렸고, 두 달 후 열린 이슬람권의 또 다른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는 성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치러진 바 있다.

해외 이슬람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역시 코로나19로 길거리 만찬이나 자선행사, 대가족 모임이 금지되는 등 라마단 행사 개최가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 무슬림들은 모스크 안팎에서 기도하는 대신 집에서 가족끼리 이슬람교 경전(코란)을 읽고 기도하는 분위기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이슬람 성지순례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라마단 기간에는 비정기 성지순례인 ‘움라’를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거나 면역력이 형성된 무슬림에게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레이트(UAE)는 한 집에서 살고 있는 가족을 제외한 친척이나 이웃과 모이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 빈민층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는 구제나 코란 나눠주기와 같은 문화도 금지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봉쇄 조치를 재도입한 터키 정부는 라마단 기간 식당에 배달 영업만 허용하기로 했다.

한편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사이에서는 라마단 기간 코로나19 접종이 가능한 것이냐는 의문도 나왔다. 라마단 기간 낮에는 물을 마셔도 안되는데 주사기의 액체가 몸에 들어가는 것이 괜찮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각국 이슬람 율법 위원회는 백신 접종은 라마단 금식에 어긋나지 않는단 해석을 내려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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