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관계자는 토지 취득 못하게”… ‘소급해 이익환수’엔 부정적

민사소송 대부분 부동산 관련 “설득하려 하면 감정대립↑”

여상→야간대→법대→연수원… ‘흙수저’서 ‘반전’ 꿈꿨다

“얕은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갈등 해결하며 보람 느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내곡동’ ‘엘시티’ ‘도쿄’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1/4분기가 지난 올해 최대 화두는 분명 부동산이었다. 어딜 가든 부동산 얘기가 빠짐없이 사람들 대화 주제로 등장하곤 했다. 세태를 반영하듯 법원에서 진행되는 민사소송 중 상당수는 부동산 관련 내용이다. 기자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공인중개사 자격까지 보유한 몇 안 되는 변호사인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변호사(사법연수원 39기)를 만나봤다.

엄 변호사는 그간 제소전화해(임대인과 임차인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판사 앞에서 화해하는 제도)와 명도소송(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는 소송), 전세금반환소송 등 부동산 소송 관련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계속되는 투기, 입법 허점 때문”

“투기라는 게… 나쁘게 말하면 투기지만, 투기하는 그들 입장에선 투자 혹은 ‘재테크’일 수도 있습니다. 재산을 늘리려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기란 영원히 없어질 수 없는, 함께 가는 것입니다.”

엄 변호사가 바라보는 투기의 모습이다. 어떻게든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이어지는 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쌓으려는 투기 시도는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엄 변호사는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엄 변호사는 ‘바운더리(boundary, 경계선 또는 한계선)’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지만 일정한 한계선이 있어야 하고, 이를 넘어설 경우엔 처벌이 가능해야 하는데, 현 체계에선 이 경계가 불분명해 경계를 넘나들어도 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엄 변호사는 “이런 사건이 처음이 아니고, 2000년대 초(2기 신도시) 때도 이런 사건의 뉴스는 나왔고, LH 관련 보도도 끊이지 않았다”며 “꼭 미공개정보 이용이 아니더라도 LH직원이나 관계 공무원은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살 수 없도록 법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LH사태가 입법이 비어서 발생한, 정부와 국회의 실책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게 엄 변호사 주장이다.

실제 LH사태를 처음 폭로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투기 근절을 위해 공공주택토지법과 농지법 개정, 이해충돌방지법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는 계속 발전하기 때문에 법은 시장을 따라가기 바쁘다”며 “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계속 봐서 경계선 넘는 걸 막는 룰을 만드는 게 입법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엄 변호사는 이른바 투기 혐의자에 대해 법을 소급적용해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친일파’에 준하는 엄벌을 하는 것엔 부정적이었다.

그는 “우리 헌법엔 불소급이 원칙임이 명확하다”며 “이 사건은 친일파 재산 환수나 5.18 민주화운동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급하는 법이 입법은 될지 몰라도 위헌 요소가 많아 헌법소원하면 위헌 결정이 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대학보단 사법연수원이 더 만족”

욕심과 열망은 한 끗 차이라고 할까. 인간의 그릇된 욕심은 인간을 망가트릴 수 있지만, 순수한 열망은 인간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엄 변호사는 스스로를 여상 출신의 ‘흙수저’였다고 소개한다. 고졸 공채로 삼성전기 같은 직장에 취직하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뭔가를 이루겠다는 꿈이 있었다.

“10년차 직장선배가 고시 공부를 하라고 했어요. 친정 오빠들은 그럼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했는데, 저는 ‘이왕 공부하는 것 더 어려운 시험을 볼 거야!’라고 했죠.”

그렇게 해서 엄 변호사는 사법시험의 꿈을 갖게 됐다. 야간전문대를 다니던 엄 변호사는 졸업할 때쯤 편입시험을 보고 서울 소재의 한 법학대학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고시 인생이 시작됐다.

엄 변호사는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를 깔았지만 대학생활은 아쉬움 있다고 했다. 그는 “‘리걸 마인드(legal mind, 법률가가 특정 사안에 접근하는 사고방식)’를 기르게 하고 사회문제를 생각하게 해야 하는데, 대학 교육은 조금 단순 전달식이 많았던 것 같다”고 대학 생활을 회상했다.

대신 사법연수원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실무경험이 풍부한 판·검사 출신 교수진이 대학교육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채워줬다는 게 엄 변호사의 생각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로스쿨, 문 닫힌 게 아닌가”

얘기는 자연스럽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흘렀다. 엄 변호사는 “사법시험이 없어진 데 대해 아쉬운 마음이 있다”며 “나 같은 사람이 로스쿨 가려고 했으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집안이 전혀 받쳐 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1500원 식권이 아까워 법 공부하는 사람이 식권을 훔쳐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공부 당시를 회상했다.

다만 “공부만 잘하면 되니 이런 것들이 불행하게 느껴지진 않았다”며 “저처럼 시골에서 꿈을 꾸는 사람도 있을 텐데, 현 로스쿨제는 완전히 문이 닫힌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해결책으로 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 로스쿨 도입을 지지했다. 누구나 입학은 할 수 있되 졸업은 어렵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방통대 로스쿨은 운영하자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가난은 자기 잘못이 아니지 않나요.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돼 자기가 (환경적 어려움을) 탈피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공평한 게 아닌가 싶어요.”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코로나 시대 심화하는 임대·임차인 갈등

현 시대 사회적 화두는 ‘공정’이다. LH사태가 이렇게 전 국민적 분노를 산 것도 일부가 정보를 독점해 공정하지 못한 절차로 부를 취하려고 했기 때문일 테다. 엄 변호사는 부동산 관련 현재 공정 프레임에 다른 시각을 제안했다. 임차인이 임대인과 비교해 약자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죄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엄 변호사는 “저도 가난한 출신이지만 나름 돈 버는 지혜가 있어 돈을 벌었다면 존경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걸 빼앗아 한쪽에 주는 건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대인들 중엔 평생 일해 받은 퇴직금으로 작은 부동산을 사는 노인 분들도 많다”며 “시장 갈등은 커지고 있는데 명도소송은 줄었으니 시장이 왜곡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의 자영업자의 수입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힘든 상황이다. 임차인은 수입은 없는데 임대료는 내야 하니 힘들고, 임대인은 임대료를 못 받으니 수입이 없는 악순환인 셈이다. 각각의 입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양보하기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있을까.

“자기 최대치를 양보하시는 분들을 보고 감동이 됐습니다. 저희에게 오실 때는 억울해서 싸워달라고 오시는데, (나중에는) 양보할 필요가 없는데도 엄청난 금액을 양보하시더라고요.”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도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엄 변호사가 감동을 받았던 사례다. 결국 해답은 서로를 이해하며 조금씩 양보하는 게 답이라는 의미다.

그는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내 선 안에 상대가 들어오게 하려면 감정대립이 심해져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계선을 정해놓고 그 선을 넘기면 전문가에 맡기는 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에게 맡기라는 말이 소송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수많은 제소전화해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소송은 결코 더 나은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최악으로만 가지 않게 할 뿐입니다.”

엄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신분 상승 같은 얕은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일을 통해 의뢰인 분들의 하소연들 듣고 해결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 중엔 참으로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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