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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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쟁을 끝내기로 전격 합의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 종결 조건에 따른 합의금 규모는 2조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현금 1조원과 미국 배터리 사업에 따른 로열티 1조원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양사는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면서 SK이노베이션에 배터리 10년 수입금지 결정을 내렸다. SK가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이 결정으로 2600개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거부권 행사 마감 전날에 분쟁이 타결된 것이다.

앞으로 양사는 한국과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친환경 정책에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양사의 합의는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공정 경쟁과 상호 협력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재로 이뤄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ITC 최종 결정 이후 백악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검토해오며 양사 합의를 종용했다. 미국 언론은 LG와 SK 배터리 분쟁 타결의 최종 수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라고 한다. 미국 배터리 공급망 체계 구축을 천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LG와 SK의 미국 투자를 지켜냈고 SK이노베이션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일자리 축소와 경제적 피해를 없애면서 그간 강조해온 지식재산권 보호도 더 힘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양사가 극적으로 합의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LG는 기술 개발과 투자 확대에 주력할 수 있고,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게 됐다. 그러나 양 사의 법적 분쟁은 한국 배터리 산업에 손해를 끼쳤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폭스바겐은 지난달 차세대 전기차에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이 생산하는 파우치형이 아니라 각형 배터리를 쓰겠다고 밝혔다. 특히 배터리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겠다며 협력 파트너로 중국 CATL을 선택했다.

또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 간의 분쟁이 해외 행정부에 의해 최종 해결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동차 배터리는 반도체와 더불어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 점유율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산업이다. 지난해 기준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 29.6%로 2위, SK이노베이션이 5.9%로 6위였다. 5위 삼성SDI의 점유율(6.5%)까지 합해 세계 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42%를 우리 기업이 점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500억 달러에서 2025년 1600억 달러로 성장,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도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번 합의가 K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양사는 세계 시장과 기술 전쟁터에서 공정하되 치열하게 경쟁하길 바란다. 정부와 양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출력이 높으나 연구개발은 일본, 미국 등에 비해 뒤진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한국 배터리 산업이 우위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큰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허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번에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쓴 소송비용과 로비 자금 등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충분히 지식재산권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구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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