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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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틱톡’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들을 포함한 20대들이 열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클럽하우스가 미친 듯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새 누구도 클럽하우스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안드로이드용 앱을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앱 서비스가 아니라 근본적인 한계를 언급하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중심은 적게는 30대 많게는 50대가 주축이다. 이런 인적 구성원들의 연령대도 그렇지만 관심 분야도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유명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너써클의 심리충족과 수평적 관계적 발언 공유가 매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0대와 20대들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맷은 아니었다. 10대와 20대의 폭발적인 열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확장력이 갈수록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4월 7일 재보궐선거에서 Z세대라고 불리는 90년대생들은 대거 야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선거함이 열리고 나서 놀라고 당황스러워했다. 그러한 흐름을 몰랐던 것은 아예 그들이 어떻게 담론과 여론을 형성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주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아젠다를 주도하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좀 더 아는 체를 한다면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서 이슈선점을 하거나 뉴스 편집에 대한 조치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성세대의 옛 생각이었다. 작년에 다음포털이 실검(실시간검색어)을 폐지했고 네이버도 지난달 말 실검을 폐지했다. 실검은 이슈의 흐름과 국민의 여론을 알 수 있어 조작과 세몰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검의 문제점으로 폐지가 되면서 젊은 층들은 다른 대체 수단으로 이동했다. 바로 다양한 커뮤니티 온라인 게시판들이다. 실검 폐지 이후 오히려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학폭’ 논란이 일어난 것도 이 온라인 커뮤니티다.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대한 심도 있는 지적이 일어난 곳도 이곳이다. 이곳을 바탕으로 드라마 폐지까지 이끌어 낸 셈이 됐다. 물론 이런 커뮤니티 담론이 반드시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현상에 대해서 인식을 못하면 아예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재보궐처럼 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커뮤니티는 축적의 저량에 해당하고 SNS를 통해 아젠다가 유입하고 다시 사방팔방으로 순식간에 뻗어나간다.

비단 인터넷매체만은 아니다. 92년생 한 저자는 공론장에서 명사 취급을 받는 논객들을 프로보커터(Provocateur)라고 규정한 책을 펴냈다. 프로보커터는 ‘도발하는 사람’으로, 도발로 얻은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사람을 일컫는다. 나름 정치적인 진보 인사들이라는 이들을 이렇게 도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도 Z세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보커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언론 매체들이 이들을 비즈니스 해왔기 때문이며 이에 기성세대들이 아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성에서 새로운 세대들은 배제됐을 지라도 그 배제에 관계없이 그들은 자신들만의 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갖게 됐다. 일본 불매 운동에서 그것이 확실히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도 선거전에서 눈치를 채지 못하고 말았다. 그들은 오히려 자발적 ‘아싸’를 선호하는 문화를 형성하니 못할 일이 없었다.

이미 케이팝 기획사들은 팬커뮤니티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대중민주주의와 현대 스타의 공통점은 철저하게 팬중심 유권자 중심으로 태도가 맞춰져야 한다. 한국의 케이팝이 막대한 감정노동이 소요되는 이유다. 문화예술계도 찾아오라는 공연이나 전시가 아니라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는 마당에 정치권은 과연 어떤 태도인가. 이를 대변한다는 방송미디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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