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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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양육할 때 반복적으로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고 몸을 붙잡고 흔드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두뇌 구조까지 바꿔 놓는다’라는 캐나다와 미국 대학의 공동 연구결과가 한 신문에 실렸다. 엄하거나 가혹한 양육 방식이 아이의 사회적, 심리적 정서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고 뇌 발달에 해롭다는 말이다. 실제로 사회면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 중 어릴 때 성적,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겪고 불안 장애와 우울증 앓고 사이코패스로 발전한 경우가 많다.

필자 세대의 많은 부모는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등의 속담을 맹신해 엄부자모의 양육 방식을 선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체벌까지 포함한 엄한 양육이 사실상 아동 학대에 가까웠다. 매를 들지 않고도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훈육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지했고, 부모의 권위가 엄하게 훈육해서 세워지는 거로 착각한 탓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아빠들의 다양한 훈육방식을 본다. 그중에서 샘해밍턴의 훈육방식을 가장 칭찬하고 권장하고 싶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어울리며 놀다가 잘못된 행동할 때는 매를 대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단호하게 안 된다는 걸 알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행동을 존중하면서 부모의 권위도 잃지 않고 마지막에는 감사와 미안함을 항상 표현하게 한다. 자신의 부모에게 받았던 교육을 자연스럽게 두 아들에게 적용한다는 느낌이 들어 서양식 훈육의 장점을 보는 듯하다.

샘해밍턴처럼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히 꾸짖는 훈육은 꼭 필요하다. 샘은 차분하게 아이를 마주 보며 “너의 지금 행동으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가 불편을 겪으니 이런 행동은 잘못이다”라고 알려준다. 아빠가 엄격하지만, 자기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불과 3~4세 아이들도 느끼는 모습이 경이롭다. 부모가 소리 지르고 체벌해서 그만두는 행동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이라 느껴서 그만두기보다는 현재의 무서운 상황을 피하려는 일시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아이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두 번 다시 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갖도록 꾸준히 타이르고 알려주는 게 가장 좋은 훈육이다. 소리 질러 강압적으로 행동을 교정하는 훈육이 가장 편하고, 부모가 가장 지치고 힘들면서 효과가 큰 훈육이 대화를 통한 훈육이다.

중학생인 아들이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걸 발견한 아버지가 아이를 길에서 개 패듯이 패고 화난다고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버지의 흡연을 보며 자란 아이가 배운 것임을 느끼지 못한다. 스스로 담배를 끊고 아이와 대화를 통해 금연을 유도하는 게 훈육이지, 아빠가 흡연하면서 아이에게 금연하라고 체벌하는 건 아이의 뇌 구조를 바꿔 놓는 훈육이 아닌 학대다. 스스로 잘못된 행동이라 느끼고 고치지 않으면 소용없다.

‘맘충’이란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부모가 넘쳐난다. 내 아이만큼 남의 아이를 귀하게 여기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올바로 성장한다.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회성을 갖도록 키우려면 부모가 양보하고 질서를 지키며 타인을 존중하는 모습을 솔선수범으로 보여주면 된다. 무조건 “오냐오냐”하며 내 자식의 기를 살리기만 하는 건 자녀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어리니 봐주다가 크면 잘 가르쳐야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아이가 큰 후에는 부모조차 통제할 수 없는 괴물로 변해 있다.

집에서부터 밥상머리 교육이 제대로 된 아이는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학교에서 교사의 지도에 악을 쓰며 대드는 아이는 집에서 부모에게 악쓰며 대들고 싸우는 아이다. 부모를 상담하면 “집에서 큰 소리 한번 안 내고 키웠다”라고 한다. 잘못된 행동에 큰소리 한번 안 내고 엄한 꾸짖음이 없이 키운 탓에 민폐아로 자란 걸 모르고 자랑한다. 학대가 아이의 두뇌와 정신을 바꾸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체벌하지 않는 엄격한 훈육마저 하지 않는 건 아이에게 올바른 정신을 갖게 못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한 사랑을 주되 아이가 부모를 넘어서 무시하게 하면 안 된다. 부모와 형제자매에게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친구와 선생님에게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잘 가르쳐 학교에 보내야 부모가 욕을 안 먹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핑계로 가정교육을 소홀히 해 아이가 괴물로 자랐을 때 부모가 치르게 되는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무엇보다 가치를 두어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게 양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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