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야당을 무시하고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양심과 체면 같은 건 내팽개쳤던 민주당이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서울시민,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거의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에게 오만하고 위선적이며 무능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로 20대 청년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고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으며 부자든, 중산층이든, 서민이든 먹고살기 힘든 세상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참패 후 민주당은 국민과의 공감이 부족했던 당의 모습에 깊은 반성과 책임감을 정말로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필자의 세대별 지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왜 민주당을 찍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20대 후배는 “이제 집 사는 건 불가능해졌다”며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30대 동생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이 꼴 보기 싫었다. 심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40대 친구는 “오세훈 후보가 좋아서도 아니고 민주당의 ‘내로남불’에 염증이 크다. 그들이 외치는 공정과 정의는 거짓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참패 후 당내에서는 민심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고서도 계속 잡음이 커지며 당내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민심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민주당 초선의원들에게 강성 친문 지지층은 ‘초선족’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오만함과 독선, 무능이 현실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과 번지수가 다르면 적폐로 규정하고 눈과 귀를 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로 ‘내로남불’ 형국이 지속된다면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도 참패에 직면할 수 있다. 오만함을 버리고 보다 현실성 있는 새로운 정책을 내세우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말로만 공정과 정의를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제 국민은 4년 동안 말로만 외쳤던 정부와 민주당의 ‘공정과 정의’ 슬로건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4.7재보궐선거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3.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심을 얻으려면 현실성에 맞는 부동산 정책을 내놔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대출은 막아버리고 세금은 더 걷으니 어느 국민이 표를 줄 수 있을까.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의 좌절감을 겪고 있고, 집 한 채로 그냥 살아가고 있는 유주택자들은 계속 오르는 보유세로 고통을 겪고 있다. 도봉구에 거주하는 70대 이모씨는 “과거 야당이 집권했을 땐 강남 등 소위 부자동네만 집값이 올랐는데, 지금은 서울 전체가 치솟아 투기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무조건 대출을 막고 세금 올리는 게 답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목소리를 내려는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강성 친문 지지층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지금이라도 개혁하고 변화돼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만을 바라보며 실패를 인정하고 과감한 정책기조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청년층이든 기성세대에게 더이상 배신당한 느낌을 선물하면 안 될 것이며, 무능과 위선 프레임을 빨리 걷어차야 한다. 진보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잘못했어도 우리 편이니까 보호해야 한다”는 낡은 사고방식을 떨쳐야 하며 합리적인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마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적폐’로 몰아세우는 관행도 버릴 때가 됐다.

정부와 민주당은 “지금 상태면 대선서도 민주당 안 뽑아”라고 말하는 국민들의 메시지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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