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4월 한 달간 코로나19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연속 토론회를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5일 열린 1주차 토론회가 열린 모습.  (출처: 기윤실 유튜브 캡처)
개신교 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4월 한 달간 코로나19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연속 토론회를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5일 열린 1주차 토론회가 열린 모습. (출처: 기윤실 유튜브 캡처)

기윤실, 연속토론회 1주차

“코로나가 하나님의 심판?

포용 대신 혐오·배제 앞장”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꼭 가야 할 장소나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니라면 피해 나와 이웃의 감염을 예방한다. 나의 무지와 태만으로 이웃이 죽임을 당하게 해서는 안된다.”

중세시대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이러한 자세를 강조했다. 신하영 세명대 교수는 최근 개신교 단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오늘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한국교회에게 바로 루터와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윤실은 4월 한 달간 매주 월요일 코로나19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1차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신 교수는 ‘상식에 미치지 못하는 신앙, 세상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교회’라는 주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교회의 신앙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속에서 공감과 포용을 보여야 할 한국교회가 오히려 혐오와 배제에 앞장섰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지난해 초 모두들 코로나19를 우한폐렴이라고 불렀을 때 한국교회 안에는 ‘선교사를 탄압하던 중국이 벌을 받은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혐오의 표현이 팽배해져 있을 때 마지막까지 혐오의 잔재를 붙잡은 게 한국교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애를 가지는 게 아니라 코로나19를 하나님께서 내린 심판이라고 해석하는 모습에서 기독교인들의 무자비함이 떠올랐다”며 “이것이 사회의 위기와 이웃의 고통에 교회가 응답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루터는 ‘적어도 내가 나 자신의 죽음이나 이웃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만일 이웃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누구든 어떤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팬데믹 속에서 나라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이웃을 돌보는 것, 이것이 한국교회가 보여야 할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교회가 코로나 시대 속에서 합리적인 모습 대신 집단적 선동이 난무하는 장소로 전락, 종교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정치집단으로 몰락했단 비판도 제기됐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결국 십자가가 아니라 칼을 들이미는 상황이 됐다”며 “겟세마네 동산에서 칼을 휘둘렀던 베드로의 모습이 한국교회에서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합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개신교는 이성에 근거된 종교생활이 근본이지만 한국교회는 이 부분에서 부족함을 보였다”며 “한국교회는 합리성을 바탕으로 사회와 소통해야 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또 이 시대와 이 사회에 어떻게 좀 더 지혜롭게 다가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진행되는 2차 토론회에서는 장동민 백석대 교수와 이병주 변호사가 ‘교회를 삼킨 이념, 반정부 투쟁으로 변질된 신앙’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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