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롯데지주)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모든 기업이 타격을 받았다. 이 중 재계 서열 5위인 롯데 그룹이 지난해 6월 기준 전년 대비 나 홀로 20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러한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는 쥬시휴레시껌을 단종 4년 만에 재출시했지만 롯데 브랜드의 인지도가 옛날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업을 기반으로 한 롯데가 코로나19 타격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98.5%로 하락했다. 롯데는 오프라인 전체 매장 700개 중 200여 개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출시했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여기에 느린 디지털 전환 등으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과 신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많은 마찰로 인해 오너의 공백이 생겨 사업 다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신 회장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인식했는지 지난 1월 화상회의로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에서 30여 분간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던 것은 우리의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연구개발(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인재 채용 방식을 롯데그룹의 채용 과정에서 활용하는 자체 인·적성 검사 ‘엘탭(L-TAB)’을 도입 9년 만에 전면 변경했다. 롯데는 실제 업무 상황과 유사한 가상 과제를 부여해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채는 폐지하고 계열사별 수시채용을 통해 다양성 중시와 열린 채용의 원칙을 고수해 나갈 방침이다. 

◆신동빈 회장이 걸어 온 길

신 회장은 한일 양국 롯데 경영의 책임자이다. 그는 1955년 2월 14일 일본 도쿄에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신 회장은 지난 1982년에 니거나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 입사해 1988년까지 6년간 영국 런던지점에서 근무했다. 한국 국적자이지만 병역의 의무는 지지 않았다. 그 뒤 35세인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에서 경영활동을 시작했다.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과 부회장을 거쳐 2011년 회장으로 취임했다.

신 회장은 예절을 중시하며 인간미 넘치는 성격의 소유자로 임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 하지만 지난 2015년 큰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벌였다. 신 회장은 형인 신 전 롯데 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의 롯데 경영권을 모두 장악하는 탑의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또 뒤늦게 발견된 고 신 명예회장이 남긴 자필 유언장이 발견됐다. ‘후계자는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진의 굳건한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한일 양국 롯데의 경영을 책임지는 리더십을 새롭게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회장, 포스트 코로나19 대비에 대한 깊은 고민

신 회장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겨냥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발굴하고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롯데는 유통공룡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온라인 시장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네이버 등 온라인시장 강자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정의선 회장과 회동하며 미래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12월에는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를 초청해 ‘마켓컬리의 성공비법’을 듣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작년 8월 경영혁신실이 신설됐다. “롯데의 미래를 설계하라”는 신 회장의 특명을 받고 신설된 조직이다. 그룹 내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엄선된 것만 신 회장의 결재를 받아 즉각 실행에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눈과 귀와 발이 되는 이 조직이 앞으로 얼마나 미래를 내다 보고 큰 그림을 그려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2021년 신년사를 통해서는 강력한 실행력으로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세지를 전했다. 그는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보고 강력한 실행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햇님과자 세트. (제공: 롯데제과)
햇님과자 세트. (제공: 롯데제과)

그는 또 기업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조직개편과 젊은 인재 대거 임용해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일부 회사들에는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서는 위기 극복과 변화를 강조하면서 롯데 특유의 순혈주의를 깨고 롯데마트 수장으로 젊은 CEO를 앉히기도 하는 등 “자신부터 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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