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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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전선동 매체들에서는 막말이 예사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언론은 표준말에다가 지극히 도적인 언사로 구성되는 것이 관례라고 할 때 북한의 언론은 말 그대로 선전선동 수단이지 진정한 미디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북한 언론들의 표현은 도를 벗어난 지 오래이며, 최근에는 북한의 2인자 김여정 부부장까지 직접 나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얼마 전인 지난달 30일 북한의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김여정은 한국의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며 비난의 극치를 보여줬다.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비난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다. 북한 미사일을 유엔 결의 위반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로 빗대 조롱한 것이다.

북한의 기상천외한 ‘막말’은 때로 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정밀 포착했다”는 남측을 향해서는 “희떠운(말이나 행동이 분에 넘치며 버릇이 없다) 소리”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비난했는데 이런 막말은 나라밖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적 예의나 의전은 안주에도 없이 그저 제멋대로 쌍욕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지도자들도 북한 막말의 공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려잡아야 할 미치광이”, 아베 전 총리는 “평화를 위협하는 사무라이 후예”란 모욕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과거 미국 대통령 오바마에 대해서는 ‘원숭이’이란 표현까지 사용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었다. 마치 큰 나라 지도자를 모욕하는 것을 그 무슨 자랑거리로 여기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논리가 없으면 쌍욕이 나온다”는 진리를 북한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각 기관에는 글을 쓰는 전문 부서가 있다. 김여정 부부장의 막말은 대외 메시지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가 작성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통일전선부는 주로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메시지를 전담하고 있다. 김여정은 현재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인데, 선전선동부는 기본적으로 북한 대내 선전 담당 부서다. 하지만 북한 내 2인자인 김여정에겐 소속이나 직함은 별 의미가 없다. 또 북한 외교정책의 본산인 외무성엔 글쓰기 전문 부서 ‘9국’이 있다. 20명 내외 인력이 외무성 이름으로 발표하는 성명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 관련 성명은 북한군 내부 정찰총국 산하 전략 기획 담당 부서가 맡고 있는데, 인력만 1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의 발표 승인을 북한에선 ‘방침’이라고 하는데, 이후 신문·방송을 통해 김여정과 외무상, 총참모장 등의 이름으로 발표되고 있다. 글쓰기 전문 부서엔 문학적 소양을 지닌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나 김형직사범대 작가양성반 출신의 엘리트들이 대거 발탁된다. 대학 내 ‘글쓰기 방법’이란 90분짜리 수업에서 교수는 노동신문 기사를 읽어주고 작문 과제를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한·미 양국이 벌이는 연합 군사 훈련 팀 스피릿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제시하면 한 페이지 분량의 선전문을 쓰는 식이다. ‘요즘엔 남조선 논밭에 개구리가 일찍 땅에서 나왔다고 한다. 팀 스피릿 훈련에 동원된 탱크가 지나가니 놀라서 뛰어나온 것’이란 참신하고 문학적인 표현을 써내면 우수한 점수를 맞는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각 부서에 속해 충성 경쟁식으로 과격하고 기발한 선전 표현을 내면 승진하며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게 북한 출신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런 글쓰기 전문가들은 자기만의 ‘단어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른 부서가 발표한 성명 중 좋은 표현은 메모해 놓고 더 나은 비유나 은유를 고민하는 것이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는 북한 문학 작품의 두 축이 있는데 끊임없이 김씨 일가를 찬양하거나, 미국과 남한이라는 ‘적’을 비하하거나,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일상 언어와 표현도 개발해야 한다. 북한의 도를 넘는 막말, 언젠가 그들 스스로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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