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대학 운동부 내 위계·강압적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적 통제 관행을 규제·예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을 대한체육회와 운동부를 운영하는 주요 대학 및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권고했다.

6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대학 운동부 내 폭행, 성희롱 등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개별 진정을 다수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행위들이 단순히 행위자의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운동부의 엄격한 위계 문화와 관습에서 비롯된 것임을 파악했다.

이에 대학 운동부 문화에서 비롯된 관습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행위가 진정사건이 제기된 학교 뿐 아니라 유사한 규모의 학교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전문운동선수 100명 이상, 운동부 10개 이상의 대규모 운동부를 운영하는 9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운동부 폭력 문화·관습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직권조사 결과, 언어폭력을 제외한 신체폭력과 성폭력은 위원회에서 조사했던 2010년 대학교 인권상황 실태조사나 2019년 전수조사에 비해 빈도 등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나, 외출·외박 제한, 두발·염색 제한, 빨래·청소 강요, 심부름 강요, 휴대전화 제한, 데이트 제한 등의 일상행위 통제는 지난 전수조사에 비해 많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일상행위의 통제는 운동부의 위계적 문화를 배경으로 이뤄지며, 평범한 통제가 아니라 이를 강제적으로 이행시키기 위해 폭력적 수단과 관습이 적용되는 ‘폭력적 통제’에 해당한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폭력적 통제’는 ▲말투 등 통제 및 예의의 과도한 강조 ▲빨래, 청소, 기타 잡일 등 선배들의 일상 업무를 후배들에게 전가 ▲휴대전화 압수, 두발 제한 등 일상 전반 통제 ▲외출·외박 제한 등으로 인한 개인 생활 부재 등의 양태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폭력적 통제는 그 행위를 하는 행위자의 일탈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부의 전통 즉, 위계적 문화의 일환으로 주로 저학년 선수들에게 강요되고 있다”며 “선배 선수에 의해 생활공간인 숙소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위계의 우위에 있는 사람들은 폭력적 통제를 행하면서 폭력 자체에 둔감해지며, 이는 실제로 심각한 폭력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 대학 선수 46.1%는 폭력적 통제가 운동부 운영·운동능력 향상·운동 수행·승리 등과 관계없다고 응답했다. 폭력적 통제를 경험한 62.4%는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 안 됨’, 35.7%가 ‘운동을 그만 두고 싶어짐’이라고 응답해 폭력적 통제가 운동 수행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러한 ‘폭력적 통제’가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해야 하는 대학생들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며, 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 나아가 행복추구권 등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학 운동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적 통제에 대해 대학·정부·체육 관계기관 모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정책도 체계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력적 통제에 대해 관계기관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조사 및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부재하다”며 “현존하는 대학 내 구제체계(인권센터 등)의 인력과 예산 등 자원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