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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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가 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실종된 항해사 허재용씨 누나이자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의 부대표를 맡은 허경주씨가 발언에 나섰다. 먼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고 배가 왜 침몰했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회사의 책임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 다시는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또 ‘너무나 억울하게 바다 속에 가라앉은 우리 동생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2차 심해수색에 즉시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발언 내내 울음이 쏟아졌다. 듣는 이들 모두가 함께 울었다.

진상규명을 공약한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의 한 맺힌 피울음을 알고 있을까? 허재용 항해사의 어머니(73세)가 하루도 빼지 않고 청와대 앞에 서서 호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집권 5년 차가 시작된 지금 이 시간에도 대통령은 응답이 없다.

촛불시민의 열망을 안고 집권한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진상규명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한 번도 아니고 네 번씩이나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기대도 안했을 것이다. 아마 강도 높은 연대 활동과 대정부 직접 행동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집권하면 반드시 지킬 것처럼 약속을 하고는 집권 후에는 약속을 저버리는 건 신의 없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민의 바람을 등에 업고 집권에 성공했다. 기업의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과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을 지켜야 한다.

지난해 11월 국회 예결위 회의 때 기획재정부 안일환 제2차관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 경찰이 아닌 민간인의 문제에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그의 말은 국민 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 없는 사고의 소산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폄훼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국민을 세금 내고 자식 군대 보내고 근로의 의무를 수행하는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망언이다. 지금이라도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

한 나라의 차관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이런 역대급 망언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기재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가는 걸 보면 문재인 정부의 생각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자는 즉시 잘라내야 한다. 뉴스를 보니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취소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2019년 2월 오션 인피니티라는 미국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심해 수색을 진행하던 중에 사람의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와 작업복 등을 발견했지만 그대로 철수했다. 유해 수습은 계약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블랙박스 캡슐은 수거했지만 수거 후 복원율이 7%밖에 안 됐다. 수거 후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부가 계약을 명확히 하지 않아 초래된 ‘행정참사’였다.

외교부는 계약할 때 유해 수습도 명확히 해야 했고 캡슐 형태의 블랙박스는 물론 블랙박스 본체도 건져 올리도록 계약했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블랙박스 해독 전문 업체에 일을 맡겨야 했다.

지난 2월 국회의원 19명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친서’를 보냈다. 국회 연구단체 ‘생명안전포럼’ 의원들과 외교통일위원회 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2차 심해수색을 위해 예비비를 투입하도록 할 것,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준비점검팀’을 구성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국회의원 19명이 장관에게 서신을 전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외교부와 기재부는 꿈적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몽니를 꺾을 존재는 대통령밖에 없다.

대통령은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외교부와 기재부에 명령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 실종자 가족들이 일상의 삶으로 복귀할 있고 같은 참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공약 불이행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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