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하루 코로나19 사망자가 4천명이 나오며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장관들과 군 지도자들이 대거 사퇴하는 등 전례 없는 사건이 이어져 국정이 혼돈에 빠졌다. 사진은 모든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 구호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브라질에서 하루 코로나19 사망자가 4천명이 나오며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장관들과 군 지도자들이 대거 사퇴하는 등 전례 없는 사건이 이어져 국정이 혼돈에 빠졌다. 사진은 모든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 구호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코로나로 하루 4천명 죽는데

대통령 밥 먹듯 내각 교체

“정치적 목적 군 인사 개입”

야권, 탄핵 요구… 회의론 多

[천지일보=이솜 기자] 브라질 국정이 혼돈에 빠졌다. 외무·국방 장관이 한 날 사임하고, 내각의 3분의 1이 교체된 데 이어 육·해·공 3군 총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이 모든 것이 3일 만에 벌어졌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행정부가 혼란에 처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주 격변의 규모와 속도는 브라질 국민이 수개월 동안 계속돼 온 공중보건 재난 위에 곧 전면적 정치적 붕괴까지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브라질 현지 언론인 폴라 데 상파울루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군사독재 시절이었던 1977년 이후 최대 군사적 위기”라고 평가했다.

◆국방장관 교체에 3軍 총장 사퇴

이번 혼란은 지난달 29일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외교부 장관이 사의를 표하면서 표면화됐다. 먼저는 의회가 친(親)미 성향의 아라우즈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다며 사퇴 압박을 높여왔고, 보우소나루도 장관 교체를 통해 대유행 대처 비난 여론을 극복하려 했다.

아라우주 외교부 장관의 사퇴에 대한 반응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아라우주 장관이 사의를 밝힌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페르난두 아제베두 이 시우바 국방부 장관도 사임을 발표했다. 아제베두 이 시우바 장관의 사임 이유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보우소나루에 반기를 들었다가 교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보우소나루는 자신의 뜻과 달리 각 주지사들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시행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며 이를 지지하라고 군에 압력을 넣었지만, 아베제두 이 시우바 장관은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날 밤 전체 22명의 장관급 각료와 대통령실 참모 중 6명을 교체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개각을 통해 반전시키려는 의도였다. 최근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의회 내 연합 정당들 사이에서도 비난이 거세져 중도 세력에 주요 장관직을 주며 지지를 얻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3월 31일(현지시간) 육·해·공 3군 총장들이 국방장관 교체에 반발하면서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브라질 역사상 3군 총장이 대통령과의 의견 충돌로 한 번에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를로스 알베르토 도스 산토스 크루즈 전 보우소나로 행정부 고위 간부는 CNN에 “이유와 해명 없이 군 지휘관 3명을 교체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작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직권남용 행태를 비판하며 사퇴했고, 코로나19 사태 속 보건부 장관이 세 차례 교체된 데 이어 외교, 국방 장관에 군 지도부가 한꺼번에 사임했다. 의회나 여론에 밀려난 인사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보우소나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교체됐다는 점에서 ‘국민이 아닌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정부’냐는 지적도 커지는 양상이다.

◆대선 앞둔 대통령 사면초가

내년 재선을 앞두고 선거 기반을 다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보우소나로는 이번 정치적 혼란을 포함해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단 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브라질 26개 주 중 14개 주에서 중환자실 점유율이 90%를 넘어섰고 이날 하루 동안 사상 최대인 3950명이 사망했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은 브라질을 국제적인 왕따로 만들었다.

브라질 국민은 처음부터 이 바이러스를 경시해 온 보우소나로에게 점점 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우소나로는 여전히 30%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국민의 거의 절반인 43%는 브라질의 코로나19 재앙의 주범으로 그를 꼽았으며 국민의 54%가 대통령의 방역 대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우소나로는 “집에 머물러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며 연일 보건 전문가들의 봉쇄 제안을 공격하고 있다.

브라질 정치학자 루치아노 디아스는 AP통신에 보우소나로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지지기반이 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보우소나로가 2019년 1월 취임한 당시의 실업률이었던 11.6%는 최근 몇 달간 14%로 증가했으며, 강력한 정치적 숙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부패 혐의로 선고된 실형을 무효로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 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야권에서는 이번 군 지도부의 사퇴를 두고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군 인사에 개입했다며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다. 다만 탄핵 성공 전망은 밝지 않다. 지금까지 하원에 제출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70건을 훌쩍 넘지만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는데다, 탄핵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하원의장이 친정부 성향으로 지금껏 탄핵 요구를 묵살해 왔기 때문이다.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치적으로 파행을 부르고 분열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분석가들도 탄핵 실패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모니카 드 볼레 선임연구원은 국회의원들이 사면초가에 빠진 보우소나루의 상황을 이용해 양보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보우소나루를 공직에 남겨두고 의원들이 항상 원했던 것들을 얻는 게 그들에게 가장 이익”이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인기는 떨어질 것이며 의원들은 보우소나루의 손을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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