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류병구 시인이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순수하게 시편만을 상재했던 지난 세 권 째까지와는 달리 이번 제4집은 시에 더하여 자작 서화에 사진을 곁들여 시화집 형식으로, 저자의 전인적 아우라가 고루 배어있는 이색적인 작품집이다.

인간의 가치는 변한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변하는 것이 아니고 삶의 상황과 반응하면서 끊임없이 생각과 언어를 달구고 다듬으며 학문과 예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의 길을 개척한다.

류병구의 시에는 장광설도,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설도 보이지 않는다. 시어는 극도로 압축, 절제되어 있고 군더더기를 철저히 배제한 언어의 응축이 거기에 있다. 존재와 사물에 대한 냉기, 혐오, 권태 같은 부정적인 느낌 대신 아름다운 들녘을 산책하며 가슴 가득 차오르는 신선한 즐거움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는 세월의 연륜과 삶에 대한 걸쭉한 통찰력이 없으면 쓰지 못할 여유자적한 언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류병구 지음 / 다할시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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