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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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전격 폐지됐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고, 반드시 좋은 결과는 아니다.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으니 이는 MZ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 세대의 문화적 흐름을 간과한 비극적 결말이었다. 광고를 받기 힘든 사극에서 기업의 광고와 협찬이 떨어져 나갔으니 매우 곤혹스러웠을 듯싶다. 아킬레스건이 정확하게 타격됐기 때문이다. 일본 불매운동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경험이 관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런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과연 ‘빈센조’ PPL은 물론이고 ‘조선구마사’도 중국의 자본이 조종해서 만든 것이며, 작가가 조선족이거나 한족 출신이기 때문일까. 설명에 필요한 단어는 경도와 무시 그리고 눈치다. 애초에 이 드라마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중국에 경도돼 있음을 능히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작인 드라마 ‘철인 왕후’에 대한 논란도 있었고, 작품 자체에서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지적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연이어 집필한 ‘조선구마사’는 더욱 심각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에티튜드(Attitude) 즉 태도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에 부합하지 않으면 여론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거만한 태도가 반복되면 대중적 분노가 인다. 드라마 ‘조선구마사’ 논란의 출발은 바로 이 작가의 태도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드라마의 연출은 여기에 불을 지르고 기름을 부어버린 꼴이 됐다.

이 배경에는 중국몽(中國夢)이 배태하고 있다. 이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풍의 작품들을 제작하거나 지향하는 태도이다. 이런 지향 속에서 한한령이 그치고 문호가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한국 문화콘텐츠계에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중국은 반대로 이미 문화콘텐츠 자국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정한 지 오래다. 그들 스스로 중화민족의 우수한 문화콘텐츠를 세계에 수출하며 수입하지는 않는 전략이 공산당체제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김치, 한복 논쟁은 이러한 정책 기조에 동조하는 핵심 세대가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중국풍의 사극 등의 작품창작은 결국 한국사를 냉소적으로 보거나 조롱하는 드라마를 양산하게 된다. ‘철인 왕후’나 ‘조선구마사’에 관통하는 저류이다. 이에 대중적 분노가 일었다.

조선시대에 맞지 않는 고증이나 실존 인물의 잘못된 설정은 궁극적으로 세계관의 문제이다. 이에 따른 중국 시장 지향 태도는 소탐대실이다. 국내 시장을 잃고 해외 시장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업광고 손절과 폐지 사태가 보여줬다. 드라마 ‘킹덤’은 얼마든지 우리 스스로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정보공개와 소통의 인터넷 공간에서 중국풍은 오히려 우리에게 마이너스일 뿐이다. 중국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그것은 중국의 세계 유일한 정치 권력 공학을 볼 때 우리의 환상몽(幻想夢)일 뿐이다. 한한령 이전의 젖과 꿀을 잊어야 한다.

오히려 방탄소년단처럼 우회로 중국 외의 시장을 공략해 대륙을 문화적으로 압박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격적인 폐지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시청자와 국민의 지적을 받아 교감할 수는 있지만 전격 폐지는 예술 창작의 자유를 훼손하는 악용의 전례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많은 스텝과 배우들이 무슨 죄인가. 전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상황판단이 오도된 제작진과 방송사 책임자들에게 있다.

전격적인 폐지는 역시 에티튜드(Attitude) 결핍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같다. 갑질은 다른 게 아니며, 진정한 을이 누구인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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