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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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눈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클린턴 정도로 보였단 말인가? 아니면 여전히 트럼프? 이건 아니지 않는가. 김정은은 크게 오산하고 바이든의 코털을 건드린 것 같다. 북한이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주한 미군과 대남용으로 평가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안보리의 제재 대상인 탄도용 미사일을 두 발이나 쏘아 올린 김정은은 현장을 피하는 등 조심스러움은 보였으나 그 결단은 지극히 모험적이었다. 올해 초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에 선보인 이후 첫 시험발사가 이뤄진 것으로, 사거리가 늘고 파괴력은 더 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6일 공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 시 김일성광장 열병식에서 공개된 KN-23 개량형과 외형이 신통하게도 똑같다. 또 당시 공개된 것과 같은 바퀴가 5축인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된 개량형의 경우 2019년 북한이 첫 선을 보인 기존 KN-23보다 동체부가 약 1m가량 늘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체가 길어졌다는 것은 그만큼사거리를 늘렸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 북한은 이날 KN-23 개량형이 “조선 동해상 600㎞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2019년 5월 기존 KN-23의 첫 시험발사 당시 사거리인 240㎞의 2.5배 수준이다. 다만 사거리가 600㎞였다는 북한의 주장은 전날 한국과 일본 군 당국이 발표한 사거리 450㎞와 150㎞가량이나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제보다 과장해 발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의 과장은 일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KN-23의 경우에도 북한은 사거리 240㎞에서 시작해 점차 사거리를 늘려가며 시험 발사했는데, KN-23 개량형의 첫 시험발사에서 600㎞를 쏜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군 합참 관계자는 사거리 450㎞라고 밝힌 데 대해 “탐지자산 정보를 토대로 설명하고 평가한 것으로, 현재 한미 정보당국 긴밀한 공조 하에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주장의 진실 여부를 떠나 KN-23 개량형의 사거리가 KN-23보다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도 고체연료로 말이다. 사거리 600㎞면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청주비행장의 F-35A, 대구비행장의 F-15K 전투기 등 유사시 출격하는 대북 억제전력은 물론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엇 기지와 성주 사드기지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가 늘어 주일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F-35A 스텔스기로 약 20여대가 도입된 청주비행장에 보관돼 있다. 이 스텔스 기는 핵무기를 탑재하고 북한 지역으로 날아가 순식간에 평양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정은이 근래 여러 방사포들을 시험 발사한 기본 원인도 바로 이 F-35A를 박살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 스텔스기는 최첨단 전투기에 분명하지만 활주로가 파괴되면 이륙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이번 탄도 미사일이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둔다면 북한은 이 스텔스기를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뜨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을 경고하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탄두 중량이 2.5t이라고 했는데, 이 정도면 전술핵 탑재도 가능하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한국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인 현무-4(탄두 중량 2t)보다도 무거운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 800㎞, 탄두 중량 2t인 현무-4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 급에 버금가는 고위력의 파괴력을 갖춰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데, 이보다도 파괴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사된 개량형의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 특성도 주목된다. 풀업 기동 시 요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군은 최근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천궁-2와 패트리엇(PAC-3), PAC MSE 등으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몇 차례 시물레이션과 실제 전쟁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김정은은 자살행위에 다름아닌 전쟁 준비를 당장 중지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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