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얀마 양곤 한 병원 밖에서 한 여성이 쿠데타 반대 시위 중 숨진 남성의 시신을 보며 울고 있다.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최소 114명이 숨졌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밝혔다. (출처: 뉴시스)
27일 미얀마 양곤 한 병원 밖에서 한 여성이 쿠데타 반대 시위 중 숨진 남성의 시신을 보며 울고 있다.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최소 114명이 숨졌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밝혔다. (출처: 뉴시스)

쿠데타 이후 사망자 440명

시위 여부 상관없이 살해

어린이 4명 포함 114명 사망

군 행사 러시아 등 8개국 참석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얀마군의 날’인 27일 미얀마 전역에서 쿠데타 이후 가장 치명적인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이날 시위 진압 중 사망한 시위대가 114명이라고 보도했다. 양곤의 한 독립 연구원이 발표한 통계는 총 107명으로, 24개 이상 도시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74~9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지난 14일 시위를 뛰어 넘은 비극이다.

◆군경, 집에 있던 아이까지 총살

올해 미얀마군의 날 행사는 폭력 사태의 발화점으로 여겨졌으며 미얀마 전역에서 더 많은 시위대가 몰렸었다. 시위대는 이 휴일을 ‘저항의 날’로 지칭하는데 이 날은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점령에 대한 반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미얀마 군부는 26일 국영TV를 통해 내일 시위에 나오면 뒤통수나 머리에 총상을 입게 될 것이라며 시위에 참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이 경고는 실제 상황이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희생자들 중 많은 수가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민간인들이었다. 이날 하루 군경의 총에 맞아 숨진 희생자들 중에는 5살 소년과 13살 소년 2명, 14살 소녀가 포함돼 있다.

미얀마 중부 도시 메이크틸라에서 군인이 동네에서 무작위로 총을 쏘기 시작했을 때, 14살의 마판 에이피유는 집에 있었다고 그의 아버지인 우민 툰이 전했다. 가족들은 총소리조차 듣지 못했고, 딸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가슴에 총을 맞아 숨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웅와이 옌툰(13)은 이날 양곤에 있는 집 밖에서 놀고 있었다. 소년은 경찰과 군인을 갑자기 마주쳤고, 겁에 질려 달아나다가 총을 맞았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시신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군경에 둘러 쌓여있는 것을 보고 차마 갈 수가 없었다고 온라인 매체인 미지마에 전했다.

이날 가장 참혹한 사건은 양곤 근처 달라 타운쉽에서 발생했다. 26일 오후 경찰은 2명의 시위자를 체포했고, 이웃들이 경찰서 밖에 모여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고무탄 등을 발사하며 대응했고 주민들은 잠시 후퇴했다가 자정쯤에 다시 경찰서에 돌아와 시위대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번에는 경찰은 고무탄이 아닌 실탄을 발사했다. 이 자리에서 적어도 10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시위 전인 26일까지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 이후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시위대가 32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말 시위의 희생자들까지 더하면 최소 44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12개국 합참의장 규탄 성명

하루에만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사망하자 12개 국방장관들의 공동성명을 포함한 국제적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날 한국, 호주, 캐나다, 덴마크,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 12개 국방장관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국방장관으로서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라며 “전문 군인은 그들이 봉사하는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보호하는 것에 책임이 있다는 국제적 행동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대표단도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이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며 “어린이들을 포함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을 죽이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토마스 바즈다 미국 대사는 성명에서 “이는 전문적인 군이나 경찰이 행동이 아니다”라며 “미얀마 국민은 분명히 말했다. 그들은 군부의 통치 아래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수민족 반군 단체는 미얀마군에 대해 본격 공격에 나선 양상이다.

카렌 민족연합은 이날 자신들이 탓마도(미얀마군)를 습격해 10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에 기관총 등 탓마도로부터 압수한 무기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미얀마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날 밤 군용기가 카렌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관할하는 지역의 마을을 공습했으며 이에 최소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8개국이 미얀마군의 날 퍼레이드에 대표자를 보냈으며 이 중 장관급을 보낸 곳은 러시아뿐이었다.

지난 주 미국과 유럽이 미얀마 군부에 대해 조치한 새로운 제재는 군사정부에 대한 외압을 가중했다. 그러나 미얀마 장군들을 지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을 가지고 있어 유엔의 어떠한 조치도 저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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