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기념활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기념활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27

여야 공방 치열, 중도층 “정당보단 후보자”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서로 험담을 안 하고 누가 되든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4.7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첫 주말을 맞은 27일, 박정동(70, 남)씨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집중유세 발언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전국 유권자 인구 약 4분의 1의 표심을 알 수 있는 중차대한 시점이라서 여야의 공방이 치열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전과 같이 진보·보수 성향이 뚜렷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쪽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체적으로 전라도 출신에서 진보층이 두터워 여당에 유리했지만 이날 박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만나본 시민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

전라도에서 40년간 살다가 30년 전 서울 중랑구로 이사와 살고 있다는 박씨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고(故) 김대중 전(前)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만 해도 전라도에선 그분을 각하라고 불렀다”면서 “전라도 출신이라서 진보 쪽에 약간 기우는 경향이 있어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비판하는 박 후보의 모습이 보기에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직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박씨는 남은 기간 공정하고 서민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후보를 여야 가릴 것 없이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라도에서 진보층이 두터운 건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봐 왔고 그 당시 집권한 보수정권을 불신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의 지식 수준도 높아져 당보다는 사람 자체를 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었다.

유세현장에는 비가 많이 내렸음에도 많은 시민으로 북적였다. 우산을 쓴 채 연설을 듣는 시민이 많다 보니 길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부분의 시민은 연령대가 있어 보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3.27

유세현장에서 만난 이수진(가명, 54, 여)씨는 민주당 당원이라고 소개했다. 군인 배우자를 만나기 전까지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서 살았다고 한 그는 8년 전 서울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남편과 자녀 모두 상의해 함께 결정해서 투표할 것이라는 그는 “허경영 같은 허무맹랑한 사람만 아니라면 거대정당이 아니더라도 후보자 개인의 됨됨이를 보고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이나 박원순 전(前) 시장의 부정적 영향도 조금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바쁘다 보니 서울시장 후보 모두 잘 모른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 후보의 얘기도 듣고 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내놓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 유세현장이라서 여당을 전폭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 작은 사업을 한다는 김기수(가명, 50, 남)씨는 민주당 당원이었다.

박 후보를 기자였을 때부터 팬이라고 한 그는 “솔직해서 좋다”고 했다. 오 후보에 대해선 “솔직하지 못하다.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자신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변명을 하고 있고 변명은 거짓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후보가 오 후보를 1만표 차이로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후보가 획기적이라고 한 지지자도 있었다.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이지영(가명, 37, 여)씨는 “초정밀 주사기는 정말 획기적이다”면서 “수직정원 정책도 너무 좋은 것 같다“고 지지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하트로 응원하는 지지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오세훈 캠프) ⓒ천지일보 2021.3.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하트로 응원하는 지지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오세훈 캠프) ⓒ천지일보 2021.3.27

◆吳 후보 홍대 상상마당 유세

국민의힘 오 후보가 유세를 한 장소는 젊은이의 거리 홍대 상상마당 인근이었다. 탁 트인 공간이라 유세현장을 찾은 시민의 밀집도가 박 후보에 비해 덜했다. 또한 비가 내린 탓에 유세현장에 많은 사람이 없었지만, 현장을 찾은 시민의 오 후보를 지지하는 목적은 뚜렷해 보였다. 여당 유세현장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연령층이 높아 보였다.

자신을 은행원이라고 소개한 배진열(40, 남)씨는 부인 남궁민(38, 여)씨와 함께 유세현장을 직접 찾아왔다고 했다. 보수정당을 지지해 왔으며 이번 선거도 국민의힘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다고 한 그는 오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 싶어왔다고 밝혔다.

오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여진 이유에 대해 “아직 대출을 막은 정부는 없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대출을 막았다”면서 “이것은 자본주의가 아닌 것 같다. ‘서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면서도 결과론적으로 서민이 살기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제공: 오세훈 캠프) ⓒ천지일보 2021.3.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제공: 오세훈 캠프) ⓒ천지일보 2021.3.27

내년이 정년이라는 회사원 김수철(가명, 59, 남)씨는 오 후보를 지지하러 유세현장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오 후보가 당선돼야 할 이유에 대해 “회사원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겠지만 업무능력일 것”이라며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이 당선되면 업무 파악만 하다가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태껏 서울시장을 해본 사람이 잘하지 않겠느냐”면서 “공약은 여야 모두 비슷할 것 같고 차이는 ‘업무 능력’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랑구 유세현장을 찾은 시민의 생각을 들어보면 남은 선거 기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보궐선거가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180석을 보유한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성추행과 관련해 치러지는 선거라서 민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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