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LH발 땅 투기사태가 일파만파 파장을 낳고 있다. 사건이 폭로될 때만 해도 투기가 3기 신도시에 한정되는 것으로 생각됐지만 조사 과정에서 공직자 투기가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자행돼 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경기도 용인 SK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팀장을 맡았던 공무원이 땅 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8년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회사는 반도체 클러스터 자리 경계에 있는 땅 470평을 5억원에 샀다. 다음 해 3월 반도체 클러스터 대상지(135만평)가 확정됐다. 두 달 뒤 그는 퇴직했다. 주민들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면 버려진 주택들이 있는 땅보다는 임야를 사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땅을 우연히 샀다고 한다면 벼락 열 번 맞을 확률에 가까울 것이다. 그가 산 땅은 지금 25억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담당한 포천시의 한 공무원은 40억원의 대출을 받아 철도역 예정지 인근 2600여㎡ 땅과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샀다. 토지보상 업무를 담당하던 한 공무원은 가족, 동료 등과 함께 광명시흥지구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기 전에 수십억원 규모의 땅을 매입했다고 한다. 대통령 경호처 과장도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형제 2명, 형수 1명과 함께 광명 신도시 인근지역에 있는 413㎡ 규모의 땅을 샀다. 그의 형이 LH에 근무한 사람이다.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신도시 조성 또는 국책 사업 추진 정보를 이용해 축재한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언론을 보면 투기한 공직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 성토하고 있는데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기가 야기됐다는 점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공직자가 땅과 집 투기를 하면 엄히 처벌받고 경제적으로도 큰 손해를 보게 만드는 법률을 만들고 상시 점검하는 체계가 가동됐다면 공직자는 어느 한 사람 투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이미 발생한 투기이익을 몰수할 수 없는 법률을 만들었다. 이건 정의에 반한다. 국가의 기밀 정보를 빼내 투기에 나선 공직자들의 투기이익조차 환수할 수 없다면 죽은 정부고 죽은 국회고 죽은 국가다. 총선에서 주권자들이 민주당에 의석 58%를 몰아준 것은 땅 투기를 뿌리 뽑으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 공직자, 그것도 국토개발, 주택 건설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자가 투기에 가담하는 행위는 일벌백계로 처벌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위헌 핑계나 대면서 공직자의 투기이익 환수조차 못하는 정당이라면 문을 닫는 게 낫지 않을까?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믿음이 안 간다. LH투기 사태 이후 정부와 여당이 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기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공직자 투기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 현재 상황은 ‘획기적인 투기 근절방안을 내어 놓겠다’는 장관의 상투적 말로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4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도록 공직자의 땅과 집 투기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 집권하자마자 공직자가 투기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철저히 단죄하겠다고 추상같이 밝혔다면, 그와 함께 투기방지 입법을 했다면 독버섯처럼 자라왔던 공직자 투기행렬은 멈추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1, 2기 신도시 때도 공직자들의 땅 투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이걸 모를 리 없는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투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지 않은 건 놀라운 일이다.

‘투기 발본색원’을 말로만 외치고 뿌리를 캐내지 않으면 공직자 투기는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집 투기, 땅 투기의 물길을 열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는 다주택 보유와 땅 매입을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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