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이상현

하하하

우하하하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한도 초과
정신줄

 

 

[시평]

우리의 술에 관한 이야기 중에 ‘해장술에 취하면 어미 아비도 몰라본다’는 말이 있다. 지난 밤 과음을 하고는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쓰린 속을 푸는 해장을 한답시고 아침에 마시는 술 ‘해장술’, 이 해장술이 한 잔 두 잔 진행이 되다가 그만 이 해장술에 취하면 약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아버지도, 어머니도 몰라보고 주정을 할 만큼 지독하게 취해버린다는 말이다.

지독히 술을 좋아하는 어떤 친구는 일 년에 줄잡아 500일은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일 년이 365일인데, 그래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셔도 365일을 술을 마시는 것인데, 어떻게 줄잡아 500일 동안 술을 마시는가. 그러나 셈법을 달리하면 가능하다. 술을 저녁에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아침에도, 또 점심에도 마시기 때문에 일 년에 줄잡아 500일이나 마신다는 것이다.

아침에 마시는 해장술은 잠시 장을 풀어주는 듯하다가는, 다시 혼미로 몰아가지만, 점심에 마시는 술, 곧 ‘낮술’은 참으로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낮술에 맛이 들면, 그 인생에 지대한 일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하하하’ ‘우하하하’, 정신이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한도를 그만 초과하게 되고, 그만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된다. 그래도 좋은 걸 어쩌나. 낮술의 그 황홀한 매력.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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