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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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1990년대 동유럽의 사회주의국가들이 붕괴되고 민주화가 진행되자 가입조건을 완화해 동유럽 국가들을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유럽연합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합헌법을 제정하려고 했지만 몇몇 국가의 비준 실패로 유럽연합에서 유럽연방으로 가기 위한 시도는 좌절됐다. 그런데 그 이전에 유럽인권헌장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개인정보보호권은 인권으로 명문화됐다.

디지털 정보사회로 인류사회가 진화하면서 대부분 정보는 디지털화되고 DB로 저장되고 있다. 공공정보이건 개인정보이건 구분하지 않고 저장되고 있다. 그래서 개인정보에 대한 제3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취득하지 못하도록 그 존재가치를 다한 개인정보에 대해 정보주체인 개인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소위 잊혀질 권리가 등장했다. 잊혀질 권리 또는 잊힐 권리는 개인정보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권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헌법은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명문의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정보기본권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한 부분으로 또는 통신의 비밀,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을 도출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새로운 기본권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

개인정보보호와 정보의 자유는 상호 연관성을 갖는 것 같으면서도 지향하는 바가 같지 않다. 정보의 자유는 인터넷 및 정보 기술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정보통신의 영역에서 검열금지 등으로 제한 없는 액세스권을 포함한다. 독일은 정보의 자유를 기본법 제5조 제1항에서 사상의 자유와 함께 표현의 자유로부터 도출하고 있다. 정보의 자유는 일반적으로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정보공개청구권을 포함하지 않는다. 정보의 자유는 언론, 출판, 인터넷, 예술 등으로 표현되는 모든 매체로부터 얻게 되는 정보에 대한 자유로 표현과 표현의 수단에 관한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보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로부터 출발하는 국제법상 인정되고 있는 인권이다.

인터넷에서 정보의 자유는 개인정보보호를 의미하기도 해 프라이버시권을 내포하기도 한다. 정보의 자유는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기 때문에 저작권,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반대도 포함하는 권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정보의 자유는 인터넷상 액세스 제어나 억제 등의 인터넷 검열로부터 자유를 말한다. 정보의 자유는 정보에 접근하려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금지하는 것과 같은 잊혀질 권리와 대척점에 서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잊혀질 권리는 정보주체가 자신과 관련돼 인터넷상에 공개된 각종 정보에 대한 삭제권 및 삭제요구권을 말한다. 원하지 않는 정보의 차단·삭제 등은 정보의 유통에 대한 제한의 의미도 있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수집 및 유통을 전제로 하는 표현의 자유와 갈등관계를 유발한다. 개인정보보호권은 국제사회에서 인권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정보의 자유도 인권으로 인정되면서 양자의 조화로운 보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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