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석호익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요동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전례 없는 물량 부족 상태에 빠진 것이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해외 반도체 회사들이 정보기술(IT) 기기용 칩 비중을 늘리면서 시작됐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대만,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기술 주도권을 쥐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70% 점유율을 확보한 대만 TSMC가 작년 코로나19 등에 따라 생산량을 줄인 것이 이런 병목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자동차 산업에서 차량용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 반해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소수다. 업계는 제조 공정이 복잡한 반도체 특성상 단기간에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완성차 시장의 반도체 수급난이 올 3분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완성차 업체들은 당분간 생산 물량을 탄력 조정하는 한편 대체 공급업체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포드, 도요타 등이 잇달아 생산규모를 줄였다. 자동차전문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기준 반도체 공급 사태로 하루 이상 생산을 중단한 자동차 공장은 전 세계 85곳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36곳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유럽과 북미가 각각 26곳, 23곳이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시장은 해외 업체들과 비교해 양호한 생산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 직·간접적 생산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특근을 취소하고 주 단위 생산조정에 들어간다. 한국GM은 이달 부평2공장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 자동차반도체 기술을 확보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품목에서는 90% 이상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차량 반도체 분야 팹리스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이다. 차량용 반도체 핵심 기술을 개발할 전문 인력과 기업도 태부족이다. 국내 생태계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차량용 반도체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높은 기술 수준과 낮은 수익성은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정부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위기를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반도체 확보를 적극 지원하고 국내 생태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세운 ‘차량용 반도체 단기 수급 대응 전략’의 주요 내용은 차량용 반도체 단기 수급 대응, 중장기 산업역량 강화,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 간 연대·협력 방안 등이다. 먼저 국내 수요 물량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을 감안, 국제사회 협력 강화방안을 모색한다. 정부는 민·관 협력 채널을 활용해 주요 국가, 해외 반도체 기업, 협회 등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타진 중이다.

정부는 단기에 대체 공급 가능한 차량용 반도체 발굴에도 주력한다. 조기 성능·인증을 지원해 신속한 사업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올해 400억 원이 투입되는 소재·부품·장비의 양산 성능평가지원사업 등에 차량용 반도체 분야를 별도 트랙으로 신설, 지원한다. 완성차 기업과 반도체 기업을 연계한 협력모델을 발굴, 지원한다.

이번 공급 부족 문제는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해외 의존도를 낮추면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잘 대응해야 한다. 특히 사람이 탑승하는 자동차 특성상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도 필요하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는 설계와 제조, 실차 테스트까지 수년 이상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됨으로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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