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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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뭔가. 2020년에는 유니버스(Universe)가 유행하더니 2021년에는 메타버스(Metaverse)로 갈아탄 모양새다.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 작용을 한 셈이다. 코로나19는 새롭게 현상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에 잠재돼 있던 것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유니버스가 세상에 대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노래와 춤,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모든 소통 활동 자체를 이 유니버스에 기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비대면 온택트 상황이 강화되면서 유니버스는 메타버스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유니버스가 우주를 포괄한다고 해도 물리적 공간에 중심을 둔다면 메타버스는 세계와 우주를 가상과 초월적 공간을 막론해 구성한다. 별도의 또 하나의 세계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이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정보통신 기술을 기대하고 있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은 물론이고 혼합현실(MR)은 모둔 장자의 호접몽(胡蝶夢)과 같은 하나의 세계로 통합된다.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스노우크래쉬(Snow Crash)’에서 등장한 메타버스는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Avatar, 2009)’에서 생생하게 영상화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때는 메타버스보다는 아바타라는 캐릭터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2003년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가 아바타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2010년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는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 ‘아바타’가 판도라라는 행성 속에서 별도의 세계를 구축한 것을 생각하면 그 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디센트럴랜드’는 우주로 가지 않고 도시국가로 이동했다. 가상공간이기는 하지만 싱가포르의 6배에 이르는 확장성을 구축했다. 이곳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거래를 할 수도 있고, 구매한 공간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운영하며 입장 수입을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콘서트 공간을 임대해서 공연을 한다면, 입장티켓을 팔 수 있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아이돌 공연을 볼 수도 있다.

지불 화폐는 NFT(Non-Fungible Token)를 활용한다. NFT를 가진 사람만이 공연을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한 매크로를 활용한 암표 판매라든지, 리셀러들의 부당한 이익 편취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릴 나스 엑스(Lil Nas X)’ ‘홀리데이(Holiday)’나 ‘SF9 VP 앨범’의 사례가 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확산을 통해서 사회 전 분야가 타격을 입었고, 이 가운데에서 케이팝처럼 온라인 유료공연을 통해 낭중지추처럼 견디거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분야도 있다. 온라인유료공연은 이제 메타버스로 확장하며 새로운 뉴노멀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하게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가상과 현실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하나의 세계로 통합돼야 한다. 유니버스와 메타버스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유니버스를 우선 전제하거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문화 심리의 이상적 제시와 공간적 실현화 측면에서 최근에 열풍이 불고 있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의 고도화가 메타버스일 수 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면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암호화폐가 사용되기 때문에 이점도 놓칠 수 없다.

한편으로 만리장성의 역설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팬들을 도시국가의 핵심 구성원으로 폐쇄할 경우 확장성이 줄어들고 다양성은 훼손되기 때문에 문화적 추동력이 떨어질 우려는 언제나 항존한다. 매트릭스는 그 구축자들에겐 편한지만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숨막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두발로 땅을 짚고 있다. 이점은 놓칠 수 없다. 호접몽의 결말이 그런 이유다. 디지털 호접몽은 다를까. 물 들어왔다. 노를 저으며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증명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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