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장 참여 대검 부장회의, 위증혐의 재소자 불기소 결론
박범계 장관, 고검장 참여 시 불리 알면서도 제안 수용
수사지휘, 합동감찰 등 통한 직접수사 제한 부각 포석?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검찰청의 부장들과 고검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위증했다는 의혹과 관련 위증 의혹 대상자들을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검장들이 회의에 참여하면서 이 같은 결론은 사실상 예견된 셈인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에 애초에 박 장관 목적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부장회의는 전날 밤늦게 한 전 총리 재판의 증인이었던 재소자 김모씨의 모해위증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이날 회의엔 대검 부장 7명, 고검장 6명 등이 참여했다. 이 중 기소 의견은 단 2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은 기권했고, 나머지 대부분인 10명은 불기소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정부 성향 대검 부장들이 이종근 형사부장과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등 4명 정도라고 분류할 때, 사실상 이들 4명만 기소 의견을 내거나 기권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예견된 일이었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개최해 (허위 증언 혐의가 있는) 김모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수사지휘했다.
그러나 다음 날 조 대행이 “대검에 근무하는 모든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다”며 “사안과 법리가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므로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이를 별다른 고민 없이 수용했다. 이에 이미 사전에 고검장들이 참여하는 회의체 구성을 박 장관과 교감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고검장들이 회의에 참여할 경우 김씨에 대한 불기소 결론이 나올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점이었다. 그런데도 박 장관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박 장관의 목적이 다른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름 아닌 이번 일을 검찰의 직접수사 등을 제한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 아니냐는 것이다.
먼저 박 장관이 더 구체적으로 수사 지휘를 한 것이 아닌 대검 부장회의라는 자신의 의견 반영이 확실치 않은 형태로 지휘를 한 것부터 기소 의견을 받아내는 데엔 박 장관 본인도 큰 확신은 없던 게 아니냔 시선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대검 부장회의는 직접 수사 제한이라는 의제를 끌어내기 위한 공정성 시비 등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고자 고검장 참석을 받아들인 점에서 더욱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얻는다.
특히 수사 지휘 발표 17일 당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어떤 의견이 나와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은 박 장관이 18일 퇴근하면서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한발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박 장관이 어느 정도 불기소 결론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해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 박 장관은 이날 “제가 중시한 것은 ‘과정’”이라며 “논의 과정이 어땠는지도 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도 보일 수 있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에 합동감찰을 하겠다고 밝힌 점이 이번 수사 지휘의 핵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감찰을 통해 검찰의 수사 관행을 지적하고, 이를 검찰의 직접수사를 손 보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냔 것이다.
이미 당시 수사팀에 대한 징계 시효 3년이 지나 징계가 불가능함에도 감찰을 지휘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합동감찰 지휘 내용을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게 발표한 게 한 것도 직접수사 손보기의 공정성 확보 차원이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류 감찰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청구 당시 윤 총장 편에 섰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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