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천지일보 DB

고검장 참여 대검 부장회의, 위증혐의 재소자 불기소 결론

박범계 장관, 고검장 참여 시 불리 알면서도 제안 수용

수사지휘, 합동감찰 등 통한 직접수사 제한 부각 포석?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검찰청의 부장들과 고검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위증했다는 의혹과 관련 위증 의혹 대상자들을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검장들이 회의에 참여하면서 이 같은 결론은 사실상 예견된 셈인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에 애초에 박 장관 목적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부장회의는 전날 밤늦게 한 전 총리 재판의 증인이었던 재소자 김모씨의 모해위증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이날 회의엔 대검 부장 7명, 고검장 6명 등이 참여했다. 이 중 기소 의견은 단 2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은 기권했고, 나머지 대부분인 10명은 불기소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출처: 뉴시스) 2020.10.22.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공동취재사진) (출처: 뉴시스) DB

친정부 성향 대검 부장들이 이종근 형사부장과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등 4명 정도라고 분류할 때, 사실상 이들 4명만 기소 의견을 내거나 기권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예견된 일이었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라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개최해 (허위 증언 혐의가 있는) 김모씨의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수사지휘했다.

그러나 다음 날 조 대행이 “대검에 근무하는 모든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가 있다”며 “사안과 법리가 복잡하고 기록이 방대하므로 사건 처리 경험과 식견이 풍부하고, 검찰 내 집단 지성을 대표하는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여하도록 해 공정성을 제고하고 심의의 완숙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이를 별다른 고민 없이 수용했다. 이에 이미 사전에 고검장들이 참여하는 회의체 구성을 박 장관과 교감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고검장들이 회의에 참여할 경우 김씨에 대한 불기소 결론이 나올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점이었다. 그런데도 박 장관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박 장관의 목적이 다른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천지일보 DB

다름 아닌 이번 일을 검찰의 직접수사 등을 제한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 아니냐는 것이다.

먼저 박 장관이 더 구체적으로 수사 지휘를 한 것이 아닌 대검 부장회의라는 자신의 의견 반영이 확실치 않은 형태로 지휘를 한 것부터 기소 의견을 받아내는 데엔 박 장관 본인도 큰 확신은 없던 게 아니냔 시선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대검 부장회의는 직접 수사 제한이라는 의제를 끌어내기 위한 공정성 시비 등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고자 고검장 참석을 받아들인 점에서 더욱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얻는다.

특히 수사 지휘 발표 17일 당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어떤 의견이 나와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은 박 장관이 18일 퇴근하면서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한발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박 장관이 어느 정도 불기소 결론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해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를 찾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천지일보DB

또 박 장관은 이날 “제가 중시한 것은 ‘과정’”이라며 “논의 과정이 어땠는지도 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도 보일 수 있다.

박 장관이 수사지휘에 합동감찰을 하겠다고 밝힌 점이 이번 수사 지휘의 핵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감찰을 통해 검찰의 수사 관행을 지적하고, 이를 검찰의 직접수사를 손 보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냔 것이다.

이미 당시 수사팀에 대한 징계 시효 3년이 지나 징계가 불가능함에도 감찰을 지휘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합동감찰 지휘 내용을 류혁 법무부 감찰관에게 발표한 게 한 것도 직접수사 손보기의 공정성 확보 차원이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류 감찰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청구 당시 윤 총장 편에 섰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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