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균 WTAC 태권도 문화원장.
오노균 WTAC 태권도 문화원장.

현재 우리나라(남한) 태권도가 위기를 맞았다. 의식 있는 태권도 리더들은 ‘작금의 태권도는 위기’라고 진단한다.

3월 30일은 ‘태권도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2항에 ‘대한민국 국기를 태권도로 한다’고 정한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태권도계 안팎은 현재를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회 등은 위기의식을 갖지 못하고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학계, 언론 등 시민사회에서도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핫이슈(hot issue)는 지난해부터 태권도의 역사성과 고유성 등 정통성 관련 문제이다.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조사 계획’에 따라 2019년 5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태권도에 대한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가치 조사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이런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2020년 4월, 제3차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가치를 심의(검토)했으나 부결됐다. 단, 태권도의 ‘역사성 및 고유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을 때 까지 보류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국기 태권도의 위상에 크게 생채기를 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도권에서는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100대 국정과제 중 태권도 진흥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물론, ‘유네스코 태권도 인류무형유산지정’ 신청도 물 건너가게 된다.

이미 북한은 2017년 10월 27일 유네스코에 조선시대 병서 ‘무예도보통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며 북한 태권도(국제태권도연맹, 조선태권도위원회, 이하 북한태권도단체)를 대표기구 단체로 국제적 공인을 받아, 북한 태권도의 역사성, 고유성, 가치성 등을 국제적으로 이미 인정받았다.

북한은 민족유산보호법에 근거를 두고 역사상, 예술상에 가치 있는 문화유산으로 1990년대부터 민족체육 장려정책으로 씨름, 태권도 등을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육성하고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2015년 태권도를 ‘국가무형유산 목록’으로 등재하고 국가 인정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문화재위원회의에서 태권도의 무형문화재지정가치 검토 결과 부결된 터라, 유네스코에 태권도를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단독등재 신청할 수도 없고 북한과 공동등재도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참고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단독등재에 따른 사항은 국가간 협약으로 ‘당사자가 한국은 문화재청’이기 때문에 민간단체인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세계태권도연맹 등은 유네스코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신청할 자격도 없다.

앞으로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북한은 태권도를 단독으로 등재할 수 있는 토대를 이미 만들어 놓았다.

한국이 태권도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상태라면 단독등재 또는 북한과 공동등재도 가능하지만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 태권도를 부결시켰기 때문에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태권도를 단독으로 등재신청 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가능하다. 정보에 의하면 카테고리를 보완하는 중이라고 한다.

만약에 태권도가 북한에서 유네스코에 인류무형유산으로 단독 등재가 되면 우리 태권도인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약칭)태권도법 1조 목적인 ‘태권도는 우리 한국 고유무도~’라는 내용은 근거 없는 것이 돼 문구 삭제가 요구될 것이다.

태권도는 유네스코에서 요구하는 보호, 공동체, 전승체계, 문화사적 의미 등 유네스코 무형자산 선정요건을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에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가능하다.

또한, 유네스코는 유사한 문화전통을 공유한 국가들이 있을 경우 해당 유산에 대한 공동 등재를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를 보충하면 남북공동 등재도 가능할 것이나 이에 대한 연구 및 대책이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즉, 태권도의 국제사회에 한국 명의로 등재할 수 있는 제도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외에는 없으나, 문화재청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국기 태권도’라 백번 외쳐봐야 방안퉁수 아닌가?

대한민국 국기 법제화 3주년에 당면한 태권도 위기를 필자는 작심 지적한다.

북한은 유네스코에 세계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신청은 불을 보듯 이루어질 것이고, 국제사회에 태권도 명칭과 등재 국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되는 것이다. 또한, 종주성과 전승기관 단체는 북한 태권도 단체가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태권도의 세계화 정통성을 외치는 국기원의 위상은 무엇이 되겠는가?

‘대한민국 국기 태권도’의 역사성과 고유성의 부족함을 학계에서는 최우선으로 조속히 보충해야 한다. 또한, 기술 측면에서 국기원 기술심의회(의장 이고범)는 “겨루기, 품새, 격파 등의 형식미, 내용미, 표현미 등의 수준이 전통적 한국적 신체문화로 보기 어려워, 한국적 원형성을 확보하고, 전통적 수련체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판단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경기화 과정에서 무예성 상실과 지나친 상업성에 의한 전통적 신체 문화의 단절된 기술을 찾아내야 한다.

1944년 이원국의 청도관을 시초로 ‘일본 가라테 기술을 수용 했다’는 논란에 한국 전통무예만 지니는 태권도 기술과 수련법을 시급히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면 다른 민족 무예 단체로부터 태권도의 대한민국 국기로서의 부적절성을 지적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태권도의 올림픽종목이나 세계화 전략 등과는 무관하며 국기원 및 세계태권도연맹의 위상도 달라 질 수 있다.

남북한의 태권도는 한뿌리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민족끼리 주장하는 것이지 국제사회 등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단독 등재가 되는 것이고 그 전승 단체는 북한 태권도 단체가 단독으로 갖는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 국기 태권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부와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은 정책의 최우선으로 이 문제를 시급하게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 국회, 학계, 시민사회는 국기 태권도의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지정가치 검토에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태권도의 고유성 발굴과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한편, 필자 오노균은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충청대에서 종주국 최초로 세계태권도문화축제와 코리아오픈대회를 10년 이상 개최해 국가축제로 승화시켰다. 김대중 정부 때 남북태권도 교류협력사업으로 첫 평양을 방문했다. 특히 오키나와 가라데의 기술분석과 전통무예에 깊은 식견을 갖고 있다. 현재는 지역 KBS방송국에서 객원 캐스터로, 나라렛대학교태권도학과 객원교수로, 태권도문화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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