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정책 철회해야 대화 재개”
전문가 “‘호락호락 않겠다’는 메시지”
남측의 북미 간 다리 역할 강조 해석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미국의 접촉 시도가 있었다고 확인하면서도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발언에 연이어 나온 대미 메시지인데, 수위 면에서는 훨씬 세졌다. 물론 그간 내세웠던 입장과 달란진 건 없지만 미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시기에 맞춰 나온 메시지라 주목을 받는다.
◆최선희, 조선중앙통신 통해 담화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우선 “미국이 접촉을 시도해왔다”면서 “지난 2월 중순부터 뉴욕 등 여러 경로로 전자우편와 전화통보문을 보내왔고, 지난주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날 밤에도 3국을 통해 접촉에 응해달라는 메시지가 왔다”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은 “북한이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접촉 시도에 응하기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문제 삼고 대북 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어떤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며 “앞으로도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 “특히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서로 동등하게 마주앉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미국이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바이든 정부를 겨냥해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짤막한 첫 공개 경고 메시지를 냈다.
◆북미대화 재개 조건 거듭 강조?
최 부상의 이번 담화는 대북정책을 최종 점검 중인 미국을 향해 마침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 기간에 맞춰 메시지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대화 재개 조건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게 아니냐는 설명이 많은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선희 부상의 얘기는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라는 건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다만 블링컨 국무장관 등 대북정책을 이끌어갈 관료들이 남측을 방문하는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압박성 발언이다. 아직까지 검토 중이라는 미국이 자신들에게 의지를 보여 달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반응인데, 블링컨 장관의 방문 시점에 맞춰 아직 검토 중인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다시 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과는 다른 오퍼(제안)를 해달라는 메시지가 첫 번째고, 또 하나는 남측에 대한 역할 강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남측 정부의 생각이 미국의 한반도정책에 인풋(반영)이 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미국도 한국 완벽하게 공조해서 전략을 짜겠다고 계속 강조해오고 있지 않느냐”며 “남측 의견이 미측의 새로운 대북정책, 즉 이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새 정책에 반영될 텐데, 남측 당국이 북미의 중간에서 브릿지(다리)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는 의도도 담겨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