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명성교회 부목사 등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앞에서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6
명성교회. ⓒ천지일보DB

 

세습 굴레 못벗어나고 있는 명성교회 

 

法, 김하나 목사 직무정지 신청 기각

예장통합 총회장, 법원에 탄원 제출 

 “교단이 세습 두둔, 편파” 논란 커져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교회 세습을 철회해달라”는 교인들의 바람이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요구에 응답해야 할 노회와 교단은 침묵하고 있다. 교인들 사이에선 교단이 노골적으로 교회 편을 들고 있다는 항의가 나온다. 명성교회 부자세습 문제가 5년이 더 흘러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교인들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가운데, 명성교회가 소속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이 직접 법원에 ‘김하나 목사의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단이 세습문제에 대해 편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명성교회 부자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김하나 담임목사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에 부적절한 탄원서를 제출한 신정호 총회장은 공개사과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회가 자정 능력을 상실해서 명성교회 교인들이 (세습을 바로 잡기 위해) 소송을 신청한 것인데 총회장이 이를 기각해달라는 탄원서를 냈다”며 “매우 부적절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장 신정호 목사는 지난 7일 법원에 김하나 목사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신교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신 목사는 이 탄원서에서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이뤄졌다면서 반대 측에서 세습 프레임을 씌워 여론전을 벌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또 ‘김하나 목사 청빙이 무효’라고 판단한 총회 재심 재판국 역시 여론에 떠밀려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때문에 교단 안에 많은 논란과 분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가처분 신청으로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예장통합 교단 질서를 다시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분열시키는 것이 될 거라며 김하나 목사에 대한 직무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신 목사의 탄원 내용에 행동연대는 “명성교회 세습을 적극 두둔하고 있는데, 매우 일방적이고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여론 재판의 결과’라거나 ‘논란과 분쟁의 원인’으로 매도하면서까지 재판국의 권위를 능멸하는 행위가 총회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인지 분명한 입장 표명과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대형교회들의 목회직 대물림, 이른바 ‘교회세습’은 수십년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며 교계를 넘어 사회에게까지 부정적인 인식을 줬다. 대형교회의 잇단 대물림에 교계 안팎의 비난이 커지자 예장통합은 2013년 세습방지법을 만들었는데, 명성교회는 이러한 법을 무시하고 변칙을 악용해 세습을 이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명성교회 창립자 김삼환 목사가 2015년 퇴임한 이후,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의 장남인 김하나 목사가 세운 새노래 명성교회와 합병을 시도했다. 이후 명성교회는 2017년 공석인 담임목사 자리에 김하나 목사를 새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이를 두고 변칙 세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명성교회 교인들은 세습 옹호쪽과 반대쪽으로 나뉘어 수년간 첨예한 공방전을 벌였다. 교회는 분열됐다. 결국 이러한 사태는 교단 법정까지 가게 됐고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재심을 거듭한 끝에 2019년 ‘세습이 맞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명성교회의 정상화 기대도 잠시, 한 달 뒤 열린 예장통합 교단 총회에서 총회 임원회는 “2년 후인 2021년부터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직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수습안을 내놓으며 이것으로 명성교회 세습사태를 종지부 찍자고 했다. 사실상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뒤엎고, 세습을 봐주는 모양새가 된 것이었다. 특히 수습안에 ‘누구도 이의를 달수 없다’는 조항이 담겨 논란이 됐다. 이 수습안은 당시 총회대의원(총대) 1204명 중 920명의 찬성을 얻고 통과했다.

교인들은 이러한 총회 수습안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지난해 교단총회에서도 논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김하나 목사는 총회 수습안에 따라 올해 초 다시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예장통합이 세력이 강한 명성교회를 내칠 수 없어 정치적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현재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해온 일부 교인들은 교단이 자정능력을 잃었다고 판단, 예장통합 총회의 결정(수습안)이 효력이 있는지 따져달라며 사회 법정에까지 소송을 낸 상태다. 이와 함께 김하나 목사의 직무를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하나 목사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 대해 ‘종교 단체 내부 문제’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