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3.16.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3.16.

김학의 불법출금 이첩 관련 김진욱 “이 지검장 면담 서류 檢 제출”

그러나 수원지검 “조서나 면담 내용 기재 서류 없었다” 반박

공수처 “조서 쓸 필요 없고, 수사보고라고 분명 말해” 재반박

이첩 규정 명확하지 않아 공수처·검찰·이성윤 저마다 해석 달라

태생부터 ‘검찰 견제’ 위한 공수처, 검찰과 갈등 계속될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대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태생부터 검찰 견제를 위한 조직이 공수처인 만큼 지금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많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만난 사실이 있는지 묻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 “변호인을 통해 면담 신청이 들어와 공수처 청사에서 면담 겸 기초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 전 차관 관련 이 지검장 사건을 사건에 재이첩한 지난 12일엔 밝히지 않은 것이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누리홀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천지일보 DB

김 처장은 “면담 겸 기초조사를 했다.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본인 서명도 받았다”며 특히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보고서, 변호인 제출 의견서 등 관련 서류를 모두 모두 이 사건 담당인 수원지검에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의 말은 조금 달랐다. 수원지검은 “지난 15일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기록에는 이 지검장 변호인 의견서와 면담자, 피면담자, 면담 시간만 기재된 수사보고가 편철돼 있을 뿐, 조사내용을 기록한 조서나 면담내용을 기재한 서류는 없었다”고 밝혔다.

즉 만났다는 사실만 알렸을 뿐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는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처장의 국회 발언 직후 수원지검이 내놓은 입장이어서 사실상 김 처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원지검의 입장을 다시 반박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천지일보 2021.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천지일보 2021.2.4

공수처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김 처장은 이날 국회 답변 과정에서 조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분명히 답변했다”며 “수사준칙 제26조에 따르면 면담 등 과정의 진행경과를 기록하되, 조서는 작성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광주지검의 지난 2월 4일자 보도자료에 의하더라도, 모든 사건에 대한 검사의 직접 면담·조사제도를 시행하되, 면담·조사 시 조서는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고 부연했다.

즉 애초에 조서를 쓰지 않아도 되고, 조서를 썼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수원지검이 없던 말을 만들었다는 취지다.

기소 등 사건 처리를 두고도 공수처와 검찰은 이미 말을 주고받은 전력이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2일 “지난 3일 오후 수원지검으로부터 이첩받은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검찰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검찰에 이 지검장 사건을 재이첩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수사여건이 안 됐기에 수사만 검찰로 이첩했을 뿐 기소권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이라고 했다.

이에 이 사건 담당자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공수처장께서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수사지휘성 문구를 떡하니 기재해 놓았다”며 “이후 쏟아지는 질문에 수습이 되지 않으니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검찰에 다시 이첩했다면 수사의 마무리도 검찰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서 제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서 제막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1

공수처가 검사 선발도 마무리하기 전부터 검찰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며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된 모양새다.

그간 없던 조직을 새로 만들어 처음 업무에 임하는 만큼 근간이 되는 공수처법 역시 모호한 부분이 많아 갈등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은 전부터 많았다.

공수처법 권한의 핵심인 이첩 요구를 규정하는 24조와 25조를 두고서도 공수처와 수원지검, 이 지검장의 해석이 모두 다른 점이 이를 증명한다.

태생적으로도 ‘검찰 견제’의 사명을 띠고 탄생한 공수처가 검찰이 마냥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점에서도 법의 모호함은 더 큰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특히 공수처와 검찰의 업무 처리 공방이 길어져 피의자 신병 처리가 늦어지면 피의자에게 시간만 벌어준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결국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조금씩 보완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간신히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 특성상 개정 역시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은 끈임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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