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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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금리인하 대상 고객 소극적 안내

지난해 1~10월 ‘금리인하권’을 이용해 5대 시중은행에서 대출이자를 절감한 고객이 2만 9000여명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취업이나 승진, 재산 증가 등으로 신용 상태가 나아졌을 때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은행권과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은행의 심사·수용기준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용할 방안과 심사 결과를 통보할 때 은행권이 더 적극적으로 상세한 설명을 하는 방안 등 통일된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는 총 2만 9118명이었다.

이들 고객이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아낀 이자액은 총 256억원으로 금리인하 적용 시점의 대출 잔액에 대해 인하된 금리로 1년간 대출을 이용할 것을 전제로 추정한 금액이다.

다만 이 기간 은행별로 금리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수는 적게는 2000명에서 많게는 9000여명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

은행별로 NH농협은행이 9334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7063명, 국민은행 5912명, 우리은행 4877명, 하나은행 1932명 순이었다.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수용건수/신청건수)도 크게 차이가 있었다. NH농협은행이 96.4%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72.7%, 하나은행 53.2%, 국민은행 46.7%, 신한은행 43.2% 순이었다. 이는 5대 시중은행 중 3곳의 금리인하 요구 수용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치거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수용률을 계산할 때 적용한 ‘신청건수’에 대한 통계 집계 기준이 은행마다 서로 달라서 수용률을 계산할 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청 건수’를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모든 사람으로 적용해 수용률을 구했고, 하나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뒤 서류 접수까지 완료한 사람만 ‘신청 건수’로 쳐서 수용률을 계산했다.

우리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사람 중에서 신청 대상이 아닌 사람과 신청 후 철회·취소한 사람을 뺀 뒤 이를 ‘신청 건수’로 쳤고 농협은행도 역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사람 중 신청 대상이 아닌 사람을 가려낸 뒤 ‘신청 건수’로 쳤다.

금융당국은 어느 은행의 수용률이 높고 낮은지 일률적인 비교가 가능하도록 통계 집계 기준을 통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2019년 6월 금리인하요구권 법제화 이전까지 금리인하요구권이 은행 자율로 운영됨에 따라 명확한 통계 집계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은행 간이나, 같은 은행이더라도 연도별로 실적 간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2019년 6월 법제화된 이후 이전과 비교해 활성화되긴 했으나 은행마다 신청·수용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운영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여전히 고객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 안내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고객이 대출을 약정하거나 연장, 또는 조건 변경을 할 때 금리인하요구권 제도를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금리인하요구권을 문의하는 고객에게 어떻게 문의하고 있을까. 

우리은행은 대출 신규, 연장, 조건 변경 시 가계대출상품설명서에 금리인하요구권 표시돼 안내하고 있으며 만기안내 시 안내장에 표시돼 안내하고 있다. 또 1년 초과 장기대출에 대해선 연1회 SMS 발송으로 안내하고 모든 객장에 포스터 배치, 홈페이지나 모바일뱅킹에도 안내하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대출 신규, 연장, 조건 변경 시 가계대출상품설명서에 금리인하요구권이 표시해 안내한다.

또 농협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대상 상품을 보유한 고객들에게 일괄적으로 대출 신규 이후 5개월마다 문자로 안내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대상 대출에 대해 ‘미스터리쇼핑’을 정기적으로 시행 중이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경우, 2019년 3분기부터 분기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변경된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알림을 모바일 앱 '푸시'로 보내는 등 훨씬 적극적인 안내를 하고 있다. 또 모바일 앱을 통해 내 신용점수 상승과 대출 금리 인하 가능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이자액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는 작년 한 해 9만명으로 5대 시중은행을 합친 인원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에 9만명이 아낀 이자액은 총 30억원이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연합회, 18개 국내 은행들과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은행이 전 대출 기간에 주기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안내하거나 신용점수가 오른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알리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차주의 신용 상태 개선이 있다면 별다른 제한 없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 심사 결과를 통보할 때 상세한 설명을 담는 방안 등도 논의 중이다.

금감원은 “금리인하요구권 법제화 이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개선하고자 TF를 구성했다”면서 “금리인하요구권 안내·설명 내실화, 심사 결과 통보 서식 개선, 통계 기준 정비, 공시 방안 마련에 대해 논의해 상반기에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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