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변신술

박제천(1945 ~  )

평생 차고 다니던 시계를 벗었다
별이나 되어라 밤하늘에 시계를 던졌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들여다보던 시계,
잠을 잘 때도 풀지 않던 시계수갑을 버렸다
시계를 잊자 모든 시간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자청해서 죄수가 되었던 내가 자유인이 되었다
이제 시간은 내 것이다
좀 더 좋은 수갑, 보석수갑을 꿈꾸던
나도 버렸다 버려서 나를 찾았다
이 밤, 하늘에서 반짝이는 추억의 시침, 초침
문자판이 재생하는 별빛의 말을 무심히 듣는다
아마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시평]

우리는 어쩌면 평생 시간에 갇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침이면 정해진 시간에 여지없이 일어나야만 하고,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을 해결하고는 부리나케 시간에 맞추어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 일을 하는 시간, 일이 끝나고 친구를 만나야 하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서는 내일을 위해 자야만 하는 시간. 모두 주어진 시간에 따라서 하루하루라는 시간 속을,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정해준 대로 시간을 따라 살아간다.

마치 우리가 팔뚝에 차고 있는 이 시계 속에서, 재깍재깍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돌아가듯이, 우리의 시간은 우리를 이끌고 어딘가로 끊임없이 가도 있다. 아, 아 이 시계를, 재깍거리는 이 시계를 팔뚝에서 벗어 던져버리듯, 시간을 벗어버릴 수 있다면. 그래서 시계수갑, 아니 시간의 수갑을 풀어버릴 수 있다면, 그래서 자청해서 시간의 죄수가 됐던 우리가 모두 자유인이 될 수 있다면.

그리하여 좀 더 좋은 수갑, 보석수갑을 꿈꾸며, 버려서 버려진 나를 찾을 수 있다면, 이 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추억의 시침, 초침을 간간히 올려다보며, 때때로 추억에 젖는 여유로움을 지닐 수 있다면, 그리하여 한번쯤 우주의 시공을 문득 벗어날 수 있다면. 그러나 시간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를 이끌고 재깍거리며, 한 치의 쉼도 없이 미지의 어딘가로 가고 있을 뿐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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