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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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자유민주의 체제의 헌법정신과는 전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헌법 정신은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규정하나, 실제는 신분집단의 권력관계, 더 나아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폭력과 테러 수법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민주공화국은 ‘시장의 상황’에서 노동을 영위하고, 그 노동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 행복을 얻게 된다. 사회의 으뜸 기구로서 공영방송 KBS는 그 선봉에 서 있다. KBS가 만든 문화가 다른 조직에 원용할 수 없을 때 문제가 생긴다. KBS가 시장의 상황이 아닌, 신분의 유지용으로 사용한다면 다른 여타의 기구에서 시장원리가 작동할 것을 기대하면 과욕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절차적 정당성은 언론의 공정한 보도에 의해서 가능하게 된다. 1948년 이후 지금까지 헌법이 9번 바뀌었지만, 남아 있는 가치는 절차적 정당성의 과정 그리고 언론자유 2가지 개념이다. 그 두 요소가 대한민국 헌법 가치의 중핵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 공정성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文정권은 좌․우가 같이 할 토양의 싹을 잘랐다. 이념과 코드로 진실을 외면한 채 사안을 선전, 선동하게 했다. 그 실례가 재판에서 드러났다.

KBS 진실과 미래 위원회(진미위)의 이념과 코드에 의한 방송 장악의 실체에 대한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신동흔 조선일보 기자(2018.9.19)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KBS 공영노조(성창경 위원장)가 제기한 ‘진실과 미래위원회(진미위: 6월 19일 내부 4명과 외부 3명 위원으로 출범)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직원 징계를 권고하거나, 조사 불응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라고 했다.

한편 KBS는 당장 2019년 9월 18일 오후로 예정돼 있던 진미위조사 거부자 17명에 대한 인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 부처와 주요 공공기관에 설치된 적폐 청산 기구들 중 법원이 위법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KBS가 처음이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KBS 정필모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미위 실무 추진단의 활동에 대해 성 위원장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미위 활동은) 과거 정권에서 일상적 업무를 수행한 기자와 PD들을 단지 이념과 주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사하고 단죄하겠다는 것’이라며 ‘후배가 선배를 불러 조사하고, 이메일 열람 의혹이 제기되는 등 직원들이 몹시 위축됐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공판 과정에서 무리한 경영이 소개됐다. ‘KBS 양 사장 근기법 위반사건 공판(3.9)’에서 “판사: 감사실이나 법무실이 있는데 왜 진미위를 따로 만들었나. 검사: 결과적으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취업규칙이 아닌데 왜 이사회 의결을 했나, 양승동 사장: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1심 선고는 4월 15일 오후 2시).

공영방송이 권력을 부여한 쪽에 부역자 신분집단의 형태가 소개된 것이다. 권력 사용에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지 않을 때 그 권력은 폭력과 테러로 변질된다. 이를 파하기 위해 좌와 우가 토론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내용의 공정성을 요구한다.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른다. KBS 노동조합 성명(03.09)의 ‘양승동 사장님- 이러고도 공정성을 입에 담을 수 있어요’에서 “시범적으로 몇 개 프로그램에 대해 1주일간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보고 우리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도 불공정, 편파, 편향 방송의 사례가 이렇게 많은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거의 매일 여러 프로그램에서 많으면 10개 이상의 불공정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KBS 노동조합 성명(03.10)의 ‘사사건건-정권 편들기, 운동권 편들기 언제까지?’에서는 “정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행위, 출연자가 자신의 역할을 넘어 오버하는 행위, 교묘하게 프레임을 왜곡하는 행위가 난무했다”라고 했다.

KBS는 프로그램의 구현과정에서 공정성을 뭉개버린 것이다. 그 역사를 따져보면 공정성이 무너진 결정적 시기는 노무현 정권 때였다. 신동흔 조선일보 기자(2006.06.19)는 ‘KBS 공정성 붕괴, 사장 임명방식서 비롯’이라고 했다. 노무현 탄핵(2004.03.12)을 지나고 정년을 맞은 강동순 KBS 감사는 이 기사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이야기했다. “강동순 감사는 ‘방송 공정성 붕괴의 원인’을 사장 임명방식을 비롯한 인사에서 찾았다. 그는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노조 간부 출신 중 팀장 이상으로 중용된 인원은 전체 179명 중 33명으로 18.4%를 차지한다’며 ‘이는 이전 사장들이 권력의 실세와 관련된 인물을 중용하거나 특정 인맥을 중용했던 편향적 인사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 후 양승동 사장 하에서 인사는 더욱 공정성을 잃는 것이 당연하게 됐다. KBS 인사를 봐도 국장급 73명 전원 민주노총 소속이고 부장급 인사 137명이 같은 소속이다. 그들도 친여성향이라면 문제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불법이었다면, 그 후 일어난 이념과 코드 인사는 ‘범죄 패거리(guilt association)’로 변할 수 있게 됐다.

그 공정성의 실체를 보자. 노사 단체협약에서 ‘공정성’을 이야기한다.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2007년 정연주 사장이 펴냄)’에서 말하는 공정성은 제작에서의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즉, 제작 가이드라인에서 공정성은 노조협상에서 사용하는 공정성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동무’를 당성을 이야기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제작 과정에서 공정성을 갖고 온 개념이 아니라, 단체협약에서 ‘공정성’을 갖고 온 것이다.

무리한 개념을 도입시킨 이유로 황근 선문대 교수(2018)는 “KBS와 MBC 노조가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의 본부노조라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내부 강령 등에 따라 산하 노조의 활동들이 강한 정치적 경향성을 노정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공영방송의 방송 공정성 협의 구조는 정치이념성을 지닌 종사자 집단이 사측에게 공영방송 공정성 문제를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요구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황근 교수는 지금 공정성의 개념이 이념과 코드에 따라 ‘왜곡’됨을 언급했다. 지금 KBS는 북한처럼 ‘시장의 상황’에 민감한 것이 아니라, 신분집단의 권력 부여와 유지에 관심을 갖는다. 헌법 전문의 정신과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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