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중앙지검 검찰시민위, 지난 11일 대검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조만간 수사심의위 소집해 기소 적절 여부 논의 후 권고 예정

이 부회장 수사심의위, 이번이 두 번째… 지난해 6월 소집

삼성 불법 합병·승계 혐의… 수사심의위는 불기소 권고 내려

변수는 경찰 수사… 이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혐의 추가 입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또 열린다. 이번엔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이다. 과연 이번 수사심의위도 이 부회장 편을 들어줄지 관심을 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이날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검찰수사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제 대검은 조만간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 등을 검토하게 된다.

마취사고로 5년간 최소 82명 사망… 프로포폴 ‘주의’ (사진출처: 뉴시스)
프로포폴 관련 이미지. (사진출처: 뉴시스)

◆1년 넘게 이어지는 의혹

프로포폴은 ‘우유 주사’로도 불리는 향정신성 수면마취제다.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상습 투약 의혹은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 1년여를 끈 의혹이다.

지난해 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부회장 의혹에 대한 공익신고를 받고 대검에 수사의뢰했다.

권익위에 접수된 제보는 이 부회장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받았다는 내용으로,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가 다음 달인 2월 13일 제보자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제보자는 간호조무사 신모씨의 남자친구 김모씨였다.

일단 김씨는 그해 7월 이 부회장 측을 협박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로 구속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의혹은 계속 이어졌다.

이윽고 수사를 진행하던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이 부회장 측은 올해 1월 수사심의위를 신청했다. 두 달이 지나 이달 11일 수사심의위 개최를 위한 부의심의위가 열렸고, 수사심의위 상정이 확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중장기 전략 점검을 위해 삼성리서치를 방문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1.1.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중장기 전략 점검을 위해 삼성리서치를 방문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1.1.6

◆두 번째 수사심의위도 승리?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받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6월 26일 삼성 불법 승계·합병 의혹을 받는 이 부회장 기소 적절성을 논의할 수사심의위가 열렸다.

당시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참여했던 외부 시민의원들은 혐의에 대한 이 부회장 측 해명을 납득했고, 특히 삼성의 총수가 기소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깊이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심의위에 올라온 현안을 논의할 현안위원은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라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위원 중 분야별로 3~4명씩 15명을 추린다.

이번 프로포폴 사건 수사심의위 위원들의 구성이야 지난번과 달라지겠지만, 여전히 삼성 총수라는 위치를 강조하는 전략은 또 주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의심의위를 통과해 수사심의위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무리한 기소 대신 되짚어야 할 부분이 있는 게 아니냔 주장도 존재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추가 입건된 이 부회장

그러나 변수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제기된 의혹 말고도 최근 추가로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이 부회장을 입건하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수사 중이다.

MBC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서울의 성형외과를 수사하던 중 폐쇄회로(CC)TV에서 이 부회장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25일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모발을 채취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변호인은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불법 투약이 전혀 없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에서도 불법 투약 혐의가 확인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법투약을 한 바 없다는 사실은, 해당 병원장 등의 일관된 진술로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검찰 수사심의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보도는 개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수사팀이 기소 강행할 수도

또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해도,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수사팀은 이와 무관하게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첫 번째 수사심의위 때도 당시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 부장검사(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는 “수사팀과 견해를 달리하는 전문가들을 포함해 30여명 상당의 외부법률 금융 경영 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의견 청취과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록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외부 의견 청취 결과 ▲기업집단의 조직적인 자본시장질서 교란 범행으로 사안 중대한 점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는 실체가 명확한 점 ▲국민적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는 점 ▲총수 이익을 위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무시한 배임 행위의 처벌 필요성이 높은 점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에 대한 기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전까진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정을 따르는 전통이 있었지만, 이미 깨진 상황에서 현 프로포폴 수사팀도 기소가 꼭 필요하다면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소 결정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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