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대표. ⓒ천지일보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대표. ⓒ천지일보

LH 공사 직원들이 비공개정보를 이용 신도시에 투기성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폭로가 제기된 이후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월 4일 성명서를 통해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이사장으로서 그 동안 LH공사의 사랑의일기 연수원 파괴, 소중한 역사자료 멸실행위와 본인에 대한 테러행위 등을 통해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부패한 그들에게 국민주거안정의 임무를 계속 맡길 수 없으며 즉시 해체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드디어 어제부터 정치권에서도 해체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하였으나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 역사적으로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쌓여왔던 적폐이며 그들과 공조관계 있는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이다.

1962년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 마포에 국내 최초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최측근이었던 육사 8시 장동운을 초대 총재로 하는 대한주택공사를 설립해 마음대로 아파트지구 지정을 하고 반강제로 땅을 헐값에 매입하면서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현대건설 등 건설사들을 끌어들여 국민들의 안정된 주거공간이 되어야 할 공간을 투전꾼들의 탐욕을 채우는 자리로 만들어 버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정권의 고위관료들과 대한주택공사, 건설사들이 서로서로 도와주면서 거액의 차익과 뇌물이 오고 가는 끈끈한 커넥션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한술 더 떠서 1980년 12월 31일 ‘택지개발촉진법’ 을 제정하기에 이르는데 명목상 취지는 도시지역의 주택난을 해소하고 국민주거생활의 안전과 복지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10년간 약 4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150만호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장치였으며, 아파트 투기 붐을 촉발시킨 원인이 되었다. 목동, 개포, 고덕, 상계지역 등을 아파트로 가득 메우게 되면서 커넥션에 포함될 수 있었던 수많은 정치인, 관료들은 그들만의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토지와 아파트를 사들이고 건물을 지으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그 일부는 당시 정권의 비자금으로 흘러 들어 갔을 거란 매우 상식적인 추정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나라와 서민을 좀먹는 관행이 6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기득권들의 거대한 커넥션이 너무나도 공고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그 동안 민주정권을 포함한 어느 정권도 그 적폐를 근본적으로 청산하기 메스를 들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점진적인 개혁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유일한 해결방법은 적폐의 고리를 끊고 판을 뒤집어 버리는 길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LH공사 임직원들의 일탈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만, 필자가 지난 성명서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우선 단단한 고리 중 하나인 LH공사를 즉시 해체하여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단초를 만들어야만 한다.
 
LH공사 이외에 또 다른 비리의 주체들이 연속적으로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인추협도 그러한 비리 사실들을 파헤치고 고발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60년간 이어온 관행인데 왜 우리만 처벌하려 하느냐는 볼멘 소리를 하는 LH임직원 수십 명만을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봉합해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부동산 투기의 근원이 되는 모든 것을 샅샅이 찾아 드러내놓고 단죄하고 판을 새로 깔아야만 한다. 더 이상 늦춘다면 우리는 후세에 가장 부끄러운 죄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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