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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가끔은 조바심으로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꿈을 공간화 하는 작업이 건축의 가장 큰 작업이다. 힘든 과정이다. 그 시작은 상상의 구체화로 시작된다. 한때 꿈은 이루어진다고 한참을 외쳤던 시절을 되돌아 생각해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감히 이루지도 못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믿음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지켜왔기 때문이 아닌가?

건축의 최초의 실제적인 작업은 스케치부터다. 생각나는 대로 마구 그려지는 것들이 한가득 쌓여서 휴지통에 몇 번을 들어가고 나면 그제야 정리된 도면이 나오고 형태가 나온다.

상상력은 현실화되는데 그 과정의 일부가 스케치고 이를 보고 잠재성을 가늠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비슷하고 반복된 작업을 수없이 많이 하면서 근사한 것을 노려본다. 아무리 하잘것없는 스케치라도 재미있고 신선하다면 계속적으로 매만져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신나고 재미있는 스케치는 결과에도 관심이 많아진다. 재미있으면 지치지 않고 새롭게 샘솟는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펜션은 좀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 줄 건축물이다.

비행기처럼 생기거나 눈동자처럼 생기거나… 일층에서 이층으로 쭉 올라가서 전망대같이 사방으로 열린 시야를 확보하고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일층 일부는 건물과 연계된 수영장이 있어서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기존에 살던 곳에서 못 느끼던 새로움은 형태이든 공간이든 새로운 프로그램이든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사람의 삶을 변화 시킬 것이다. 그런 생각의 시발점에 고민의 흔적들이 있다.

스케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흔적이며 창조의 씨앗과도 같다.

그 씨앗의 잠재성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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