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이 무너졌어도 이럴 순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서 국민들 대부분은 분노와 절망 속에 빠져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은 이미 바닥까지 내려갔다.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은 쉽게 믿지 않는다. 정책의 실패가 부른 고통은 그대로 국민의 몫이다. 거기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불신과 분노도 작지 않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의 보금자리 대책 기구다.

그러나 LH는 국민의 집값 걱정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집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LH가 공급하는 주택에 대한 불신도 이미 오래된 얘기다. 기대 이하라는 게 국민의 인식이다. 따라서 LH에 대한 총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내부의 혁신이나 반성 없이 공기업으로서의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최근 LH에서 터져 나온 일부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충격을 금치 못할 일이다. 지금 이 판국에 국민의 주택 걱정을 덜어주고 부동산 투기를 잡아야 할 핵심 기구의 직원들이 앞장서 특정 지역에 땅 투기를 하고 보상금을 노렸다면 그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조직 내에서 이런저런 내부 정보를 알고 앞장서 땅 투기에 나섰다면 참으로 고약한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런 사람들을 믿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켜본 국민들에겐 배신도 이런 배신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정부가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정 총리는 이 소식을 듣고 격노했다고 한다. 즉각 땅 투기 의혹에 대한 ‘합동 조사’에 들어간 배경이다. 문 대통령도 4일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국세청과 금융위 등이 합동 조사에 들어가면 땅 투기에 나선 공직자들을 찾아내긴 어렵지 않다. 대통령 지시까지 있었으니 이번 조사가 대충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축적된 구조적 비리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무늬만 합동 조사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합동 조사로 가는 것이 옳다. 그리고 위법 행위가 있다면 법이 강제할 수 있는 최대의 징벌을 내려, 정권 말기의 공직기강을 이번 기회에 바로 세워야 한다. 일벌백계의 징벌은 그들에 대한 단죄만으로 볼 것이 아니다. 정부가 끝까지 국민을 보호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메시지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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