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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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큰 산’이었다. 지난달 23일 미국 LA 인근에서 불의의 차량 전복 교통사고를 당한 우즈가 다리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쾌유를 기원하며 재기를 격려하는 응원이 이어지면서 그의 존재감이 새삼 조명 받고 있다. 세계적인 프로골퍼 선수들은 물론 팬들이 동영상이나 SNS를 통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분위기이다. 사고가 난 지 1주일여가 지났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우즈는 이제 골프선수로서 본업인 골프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성적과 관계없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이 시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라는 사실을 이번 사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우즈는 메이저 대회 15승을 포함해 미국 PGA 투어에서만 82승을 거둔 초대형 골프 슈퍼스타이다.

우즈는 성적뿐 아니라 골프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 PGA는 우즈 이전과 우즈 이후로 나뉠 정도로 우즈를 통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스폰서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으며 선수들의 모습도 크게 달려졌다.

우즈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지난주에 마침 PGA WGC 챔피언십이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의 컨세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총상금이 1050만달러(약 117억원)이다. 1996년 우즈가 프로에 데뷔하기 전 PGA 투어보다 상금이 5배나 늘어났다. WGC 챔피언십은 1999년부터 시작된 월드챔피언십 이벤트로 북미, 유럽, 아시아, 호주 등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해 정기적으로 대회를 갖는다. 우즈는 어머니가 중국계 태국인이고 아버지가 인디언계 흑인으로 다문화 배경을 갖고 있어 이 대회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WGC 챔피언십은 메인스폰서인 글로벌 클라우드 솔루션기업인 워크데이(workday)를 비롯해 델, 페덱스, HSBC 등 세계적인 컴퓨터, 항공 택배, 금융회사 등이 스폰서로 참여했다. 프로골프가 상업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예시다. 골프가 큰 기업을 끌어들여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즈가 ‘안녕 세계(Hello World)’라는 이름의 나이키 광고에 본격 출연하면서부터였다.

프로골퍼 선수들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우즈 이전에는 몸 관리를 하는 피트니스에 주력하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일부 선수는 ‘올챙이 배’를 한 채 우승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가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운동으로 잘 단련된 건강한 몸을 앞세우며 나타난 우즈는 300야드 이상의 장타를 날리며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기존 선수들을 눌렀다. 우즈의 등장에 자극받은 선수들은 본격적으로 피트니스 관리에 나섰다. 요즘은 PGA 대회가 열리는 중에도 골프장에까지 피트니스 트레일러들이 나타나 선수들의 피트니스 관리에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즈가 우승을 하거나 결정적인 버디퍼팅을 할 때 주먹을 쥐고 어퍼컷 동작을 하며 환호하는 동작을 이제 일반 선수들에게도 많이 볼 수 있다. 선수들이 눈에 잘 띄는 모자나 옷 여러 곳에 자동차, 신용카드, 고급 시계 브랜드를 달고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도 우즈의 영향이 컸다.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한 우즈가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만 그가 세계골프에 끼친 영향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WGC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로리 맥킬로이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우즈의 쾌유를 기원하며 빨간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착용하고 경기를 한 것은 그를 우상으로 여기며 성장한 데 따른 경의의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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