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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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양대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거대도시의 시정을 책임질 시장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여야가 대놓고 상대당 공격의 고삐를 조이는 것으로 보아 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 서울은 여당이 열세거나 보합세, 부산지역은 야당 우세로 나타나긴 했으나 여당발 가덕신공항특별법 통과 등으로 새로운 전장(戰場)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맞춰 여당과 정부, 청와대의 핵심인사들이 부산에 총집결해 세를 과시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급등하고 있으니 국민의힘에서는 이 현상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국정 주요과제인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지역균형 뉴딜’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야당에서는 쌍심지를 켜고 비난 중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문 대통령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놓고 선거운동 한다고 비방하면서 “대통령의 관권선거와 선거개입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애써 강조하고 나섰다.

열세를 보이던 여당 지지도가 대통령과 장관, 당 지도부의 부산 행차로 뛰어오른 건 사실이다. 일부 여론기관의 부산지역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역전한 경우도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23~25일(2월 4주) 부산․울산․경남 지역 지지정당 조사에서는 민주당(35%)이 국민의힘(27%)을 앞서는 등 이변이 있었으니 부산민심이 출렁이는 건 시간문제인바, 4.7선거일까지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여야의 치열한 전략 대립이 나올 터이니, 어느 쪽도 승리 장담을 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부산시장 자리를 놓고 여야 후보자 누구에게 승리의 여신이 미소 지을까 미궁 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이상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선두권을 달려왔지만 여당에서 박영선 전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자로 확정되면서 혼전 추세다. 거기에다가 3월 4일 국민의힘에서 최종 서울시장 후보자 결정 후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가 논의되겠지만 지체되거나 협상 결렬로 제각기의 길을 간다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설령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져 민주당 박영선 후보자와 야권 후보자가 1대1로 맞선다 하더라도 한 달 후 서울시장 보선 결과는 쉽사리 예상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일들로 초비상이 걸린 현 상황에서 여당이 국정 동력을 문 대통령 임기 말까지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맞춤형 선거 공약으로 나갈 건 뻔한 일이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영세 상공인, 자영업자, 서민계층에 대한 재난지원금 살포 등이 무기로 등장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서는 3월에 지급하는 제4차 재난지원금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의 교훈을 한번 새겨봐야 한다. 선거가 한창 불붙던 당시에 여야는 서로 우위를 장담하며 선거에 매달렸지만 거대 여당이 출현할 줄 누가 알았을까. 180여석을 이룬 여권이 크게 승리한 것은 나라 사정이 어렵고 보건 환난기를 맞다보니 유권자들이 ‘국정안정’을 택했고, 국민 불안심리가 의외의 결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지금 상황도 그때와 흡사하니 코로나19 상황이 서울시장 선거 판도를 어떻게 만들어낼지는 예측이 힘들 정도다.

분명한 점은 지금까지 보여 온 흐름의 양상이 4.7 보궐선거 때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쉽게 정리해본다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의 잘못에서 기인된 것이다. 또 부동산정책의 실패, 정부․여당이 권력으로 밀어붙이는 검찰개혁 과정에서의 저항 등 여러 요소들, 특히 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불거지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을 보아서도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되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국내외 상황이나 특히 제1야당의 서울시장 후보 찾기에서 야권 연대에 관해 말들이 많고 오락가락 대여 전략 등은 여당의 실정(失政)을 만회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으니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더욱 아리송하다는 것이다.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내년 3월 7일까지 1년 남짓 남은 시기에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영향은 매우 크다. 여야 어느 쪽이 서울시장 자리를 꿰차느냐에 따라 대선 고지의 선점이 정해지는 일이기에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여야는 필승을 위해 불꽃 튀기는 한판 전쟁을 치를 것이다. 위기를 느끼는 민주당 지도부가 똘똘 뭉치는데 반해 국민의힘에서는 아직도 느슨한 입장이고,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자는 현 추세에 안주해 야권 단일 후보나 서울시장 자리를 마치 ‘따 놓은 당상’처럼 여기는 등 아전인수격이다. 그 사이 여당은 열세라 엄살떨면서 비장한 신무기(?)를 장착하려하고 있으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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