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월남 (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출처: 연합뉴스)

軍당국, 잠수복·오리발 발견

서욱 “방수복 입고 건너온 듯”

전문가 “北서 오리발 휴대 안돼”

“온전히 6시간 수영 거의 불가능”

軍대응엔 “매번 반복… 다잡아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그제 동해안 민통선에서 체포된 북한 남성이 잠수복을 입고 6시간이나 바다를 헤엄쳐 월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남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우리 군 감시 장비에도 여러 번 포착됐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군 경계에 또 다시 허점이 드러났다.

◆합참, 北민간인 6시간 헤엄쳐 귀순

1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남성이 처음 상륙한 걸로 추정되는 곳은 군사분계선 남방 3㎞지점이다. 발자국이 확인됐다. 조금 더 남쪽에선 민간용 잠수복과 오리발도 발견됐다.

군 당국은 일단 이 남성이 바다를 통해 헤엄쳐 남측 지역으로 넘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그 거리가 상당해 한겨울에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이 남성이 민간인인지 군인인지 여부, 거리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답변에 나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초기 합동 신문에서 민간인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고 ‘추운 날씨에 북에서 10㎞ 정도를 헤엄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질의에는 “수영해서 온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수복처럼 일체형으로 돼 있는 옷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는 그런 옷을 입은 걸로 보인다”며 “잠수하고 수영한 게 수영을 한 6시간 내외 될 거라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18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이 남성의 신분이 나온 게 없는 상황이라 예단할 순 없지만 여튼 북한에선 일반 개인이 오리발을 휴대해서는 안 된다. 도주도망탈북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 사정 당국이 이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특수부대 출신이거나 군 당국의 말대로 민간인이라면 관련 가족들 가운데 한명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과 같은 한 겨울에 6시간을 수영을 해서 넘어왔다는데 믿기가 어렵다. 통상은 2~3시간 정도만 넘어가도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 남으로 지나온 과정이 의문 투성이”라며 “일례로 배를 타고 오다가 버리고 헤엄쳐 왔다든지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순전히 6시간을 수영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군 당국은 이 남성이 어떻게 넘어왔는지 신속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동해 민통선 지역 북한 남성 검거 상황. (출처: 연합뉴스)
[그래픽] 동해 민통선 지역 북한 남성 검거 상황. (출처: 연합뉴스)

◆또 배수로 구멍… 서욱 장관 ‘사과’

이 남성은 헤엄쳐 나온 후 해안 철책을 따라 걸어 내려오다가 철책선 아래 배수구의 차단막이 훼손된 부분을 찾아냈고, 철책선을 넘었다. 그리고 7번 국도를 따라 걸었다.

이런 가운데 여러 차례 우리 군 감시 장비에도 포착됐지만, 군은 알아채지 못했다. 새벽 4시 20분께 최초 상륙 지점에서 5㎞떨어진 한 검문소에서 비로소 이 남성을 인지했고, 그제서야 군이 출동했다. 군은 3시간의 수색 작업 끝에 체포했다.

군 경계 실패가 또 드러난 셈인데, 서 장관은 이에 대해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너무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말엔 “군은 해상 감시와 경계 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있었다”면서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지휘관 문책을 포함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도 국회 업무보고에서 “해안 감시와 경계 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있었다고 평가한다”면서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가 합동 현장 조사에 이어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 남성이 어떻게 넘어왔느냐도 중요한데, 그보다 군 당국이 매번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CCTV(폐쇄회로) 포착했는데도, 배수로가 또 뚫리고 3시간이나 걸리는 등등 똑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면서 “물론 100% 잡아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도대체 감시 장비가 이상이 있는 건지 작전계획의 문제인지 군의 기강이 해이된 것인지 이번 기회에 분명히 다잡아야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안 소장은 “우리 감시 장비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 등을 잘 살피는 등 따져야겠지만, 넓은 지역을 경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사람하나 움직이는 걸 척척 찾아낸다는 게 만만한 일이겠느냐. 지적할 건 지적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되 너무 부각시킬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연합뉴스TV 제공] (출처: 연합뉴스)
국방부[연합뉴스TV 제공]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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