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호흡 관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2.15.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호흡 관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2.15.

김석균 재판부 “형사 책임 묻기에 부족… 당시 예견 어려워”

반면 6년 전 법원, 김경일 재판서 해경 지휘부 공동책임 인정

민변 “말단 공무원만 처벌… 상황 예상돼야만 상급자 처벌?”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 미흡으로 승객을 구조하지 못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6년 전 나왔던 법원 판단과 달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논평을 내고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 “지휘부, 당시 상황 결정 쉽지 않아”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체계 정비가 안 된 것에 대해 해경 지휘부인 피고인들에게 관리 책임에 대해 질책할 순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구조 업무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묻는 업무상 과실을 묻기에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세월호와 직접 교신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파악한 것 이상으로는 상황을 알 수 없었던 피고인들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았다”며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를 했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과 직접 교신해 퇴선 준비 등을 지시했더라도 (이 선장 등이) 그 지시를 묵살하거나 탈출 방송을 했다는 대답만 반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출석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2.15.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출석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2.15.

◆6년 전엔 대법까지 해경 지휘부 공동책임 인정

하지만 6년 전인 2015년 법원은 세월호 참사가 해경 지휘부의 공동책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2015년 7월 광주고등법원 형사6부(당시 재판장 서경환)는 구조 관련 책임자로 기소된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죄 사건 항소심에서 “해경 지휘부나 사고 현장에 같이 출동한 해경들에게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다”며 “김 전 정장에게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즉 해경 지휘부에도 책임이 있으니 김경일 전 정장만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중형을 받는 건 부당하다는 논리였다. 이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김 전 정장의 형량을 징역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에도 이어졌다. 같은 해 11월 대법원은 김경일 전 정장에 대한 형을 확정했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 대신 하급심이 법률을 잘못 적용한 점은 없는지 등을 판단한다. 대법원이 형을 확정했다는 건 하급심에서 법리 오인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을 확장하면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해경 지휘부 공동책임’ 판단에 법리 오인이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김석균 전 청장 사건 1심 재판부는 이와는 결을 달리해 해경 지휘부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결론 냈다.

해경 지휘부가 공동책임이 있다며 김경일 전 정장을 감형하기까지 한 법원이, 6년 뒤엔 지휘부 책임을 갑자기 지운 셈이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2.15.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들에 대한 무죄가 내려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1.02.15.

◆유족 “지휘부, 보고 없다고 손 놓는 존재 아냐”

유족 측은 즉각 해당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선고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휘부란 현장파악을 지시하고 파악된 상황에 따라 구조 지시해야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이라며 “골든타임 동안 제대로 보고가 없었다고 손 놓고 있으라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재판부 결정을 비난했다.

세월호참사 책임자 국민 고소·고발 대리인단 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도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참사 직후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해경지휘부에 대해서만 전혀 기소하지 않았던 사건”이라며 “당시 법원이 해경 123정장과 해경지휘부의 공동 책임을 인정한 부분이 있는데 6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그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판단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번 선고가 일종의 ‘꼬리 자르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변은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재난 상황에서 핵심적인 의사결정 등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지휘부에게 면죄부를 주고, 현장에 출동한 말단 공무원들만을 처벌함으로써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성을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논평을 냈다.

◆민변 “말단만 처벌하면 누가 재난현장에 달려가나”

민변은 “이번 판결에 따르면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공무원이 상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휘를 받지 못해 구조를 하지 못하면 처벌되지만, 지휘 권한을 가진 상급자가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현장과의 통신이 원활했어야 하고, 선원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야 하며, 선박이 예상보다 급속하게 침몰하지도 않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예측가능하고, 예상하는 대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지휘부가 제대로 된 지휘를 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려고 하겠는가”라고 힐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 미흡으로 승객을 구조하지 못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제공: 민변)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 미흡으로 승객을 구조하지 못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제공: 민변)

◆박주민 “중앙구조본부 역할 부정”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려 금배지까지 단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해경 지휘부의 그 당시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을 감안했을 때 저는 유죄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며 “다만 형을 얼마나 선고하느냐, 이런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 판결은 중앙구조본부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어민들도 (퇴선 유도를 해야 한다는 점을) 파악했는데 법원이 그런 걸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재판부 “비판 감수”

선고를 하며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는 모든 국민들께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다. 재판부 판단에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 당연하다”며 “그에 대해서는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이후로도 상당한 비판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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