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의성=송해인, 송하나 기자] 지난 2018년 10월 25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마을에 위치한 폐기물 매립장에서 산적된 쓰레기들(왼쪽). 최근 2년 4개월만에 쓰레기들이 처리된 모습. ⓒ천지일보 2021.2.16
[천지일보 의성=송해인, 송하나 기자] 지난 2018년 10월 25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마을에 위치한 폐기물 매립장에서 산적된 쓰레기들(왼쪽). 최근 2년 4개월만에 쓰레기들이 처리된 모습. ⓒ천지일보 2021.2.16

지하수 오염 한우 유산도

양봉 농가 벌 죽어 피해

국민청원에도 치우지 않아

CNN까지 보도 정부 지원

청정마을 되찾아 관심 쏠려

[천지일보 의성=송해인, 송하나 기자] 경북 의성군의 일명 ‘쓰레기산’이 약 2년 4개월간의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사라져 관심을 끌고 있어 천지일보가 지난 14일 현장을 찾아봤다.

본지는 지난 2018년 10월 25일 ‘[단독] 의성군, 7만톤 ‘쓰레기산’ 방치 논란… “지하수 오염도 심각”’이란 제목으로 최초로 관련보도를 했다. 이어 의성 ‘쓰레기산’이 CNN을 비롯한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쓰레기처리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면치 못했다.

◆치우는 과정에 방해도 많아

그러나 2년여가 지난 현재는 말끔히 치워진 모습이다. 쓰레기가 치워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과 어려움도 많았다.

쓰레기를 치우고 나니 공기도 달라졌다. 마을 사람들도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김경은(62, 여,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이장)씨는 “국민청원에도 치워주지 않았는데 천지일보가 최초 보도한 덕분에 빨리 치울 수 있어 감사하다”며 “쓰레기가 치워지기 전에는 악취와 분진으로 마을 어른들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 쓰레기장에서 불이 나면 확인하고 불안한 마음에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며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 트럭들이 많이 다녀 불안했고 분진·소음 피해도 심했지만, 이러한 피해를 감수하지 않으면 평생 쓰레기를 안고 살아야 하니 주민들이 잘 참아줬다”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천지일보 의성=송해인 기자]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마을에 위치한 폐기물 매립장에서 산적된 쓰레기들. ⓒ천지일보 2018.10.25
[천지일보 의성=송해인 기자]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마을에 위치한 폐기물 매립장에서 산적된 쓰레기들. ⓒ천지일보 2018.10.25

권기한 의성군 환경과 폐자원관리계장은 “처음에는 엄두도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후련하고 마을 주민들도 좋아한다”며 “이후에 군에서 땅을 매입해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권 계장은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 땅 주인이 소송이나 전기를 끊고 진로를 막는 등 방해를 많이 했다”며 “지금은 기존 폐기물 적재 부분에 대한 처벌이 끝났고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재산 압류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언론 보도가 많이 나고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줘 쓰레기를 빨리 치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도록 쓰레기·폐기물이 잘 처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성군이 처리한 폐기물은 20만 8000t이다. 애초에 ㈜한국환경산업개발 쓰레기 매립장에 있던 폐기물은 19만 2000t이었다. 여기에 1만 6000여t이 더 증가한 것.

의성군은 행정대집행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에 시설을 설치해 성상별로 선별 및 가공 작업을 거쳤으며 이를 통해 시멘트 보조 연료 9만 5000t, 순환토사 등으로 5만 2000t을 재활용하고 소각 2만 1000t, 매립 4만t 등으로 폐기물을 총 282억의 비용을 들여 처리했다.

[천지일보 의성=송해인 기자]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주민들이 쓰레기 매립장에 쌓여진 쓰레기를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1
[천지일보 의성=송해인 기자]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주민들이 쓰레기 매립장에 쌓여진 쓰레기를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1

◆쓰레기산에서 관광지 됐으면

의성 쓰레기산 부지 맞은편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병용(66, 남, 도안로)씨는 본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쓰레기산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돼 소가 유산을 하기도 하고 양봉하던 벌들도 다 죽어 경제적 피해가 컸다”며 “또 불이 날 때면 매연, 악취가 너무 심했는데 이제는 쓰레기가 보이지 않아서 속이 시원하다”라고 힘들었던 심정을 밝혔다.

이어 “동네 주민들이 민원을 넣었을 때는 움직이지 않더니 미국과 영국 방송에서 보도되자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쓰레기는 나라에서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 업체에 맡기면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6월에 고향인 생송리로 귀농한 서진웅(58, 남)씨는 “처음에는 싱크대 폐목재가 쌓이기 시작했고 업체가 바뀌면서 폐기물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며 “특히 여름에는 악취며 분진이 심해 마당에 빨래도 널지 못했고 피해도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전엔 부모님을 뵈러 주말마다 왔었다. 그때는 이 동네에 살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다”며 “이제 다 치웠다니 너무 좋다. 군에서 매입해 교육장을 만든다는데 흐지부지되지 않고 잘 운영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은 이장도 “의성군에서는 쓰레기 산에 환경순환교육장이 들어올 계획이라고 하는데 대구 수목원처럼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권현수 환경과 환경정책 계장은 “다들 걱정해주신 덕분에 쓰레기가 빠르게 정리된 것 같다. 오는 3월까지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는 쓰레기처리뿐만 아니라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마을에 위치한 폐기물 매립장에서 산적된 쓰레기들(왼쪽). 최근 2년 4개월만에 쓰레기들이 처리된 모습. (제공: 경북 의성군청) ⓒ천지일보 2021.2.17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 마을에 위치한 폐기물 매립장에서 산적된 쓰레기들(왼쪽). 최근 2년 4개월만에 쓰레기들이 처리된 모습. (제공: 경북 의성군청) ⓒ천지일보 20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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