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 배구 스타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탄탄한 실력과 통통 튀는 매력으로 예능과 광고에 출연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던 이들이기에 팬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을 폭로하는 글이 게재됐다. 피해자는 총 21가지 피해 사례를 상세히 폭로했으며 당시 겪었던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다. 이후 또 다른 피해자가 과거 두 사람이 욕설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추가 폭로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배구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이들이 소속돼 있는 기업의 불매운동을 벌이자며 사태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스포츠계의 이런 학폭 사건은 한두 번이 아니다. 과거에도 스포츠계에 안 좋은 일들이 터질 때마다 가해자들은 “잘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다” 등 반응으로 순간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학폭 가해자만 방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스포츠계 전체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이미 초중고부터 체육계에 몸담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성적 쌓기에만 급급해하기 보다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이 절실하다.

정신력이 부족해 경기에서 진다는 식으로 동료나 후배들을 학대하고 체벌을 가하는 관행 등이 어린 세대의 운동부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제2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학폭’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어린 시절부터 경기력 상승과 우승에만 맹신하지 말고 가해자에게는 철저한 징계와 처벌을 내려야 하며 피해자들이 상처 없는 환경에서 마음껏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재영·이다영 소속구단도 선수 보호라는 명목 아래 학폭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피해자들과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길뿐이다. 팬들과 일반인들도 동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징계를 통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스포츠계 학폭 사건들은 경기 성적 때문에 암암리에 숨겨진 오래된 일이다. 경기에 도움이 되고 잘하는 선수들의 학폭 사건은 쉬쉬하고 덮어져 온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선수 간 학폭은 범죄 행위로 봐야 한다. 가해자는 괴롭힌 자신의 철없던 행동에 대해 기억을 못 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당시 상처를 오랫동안 잊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포츠 스타, 유명 연예인으로부터 학폭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용기 있는 폭로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떤 가해자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미 십수년 전에 벌어진 일에 대해 왜 나만 갖고 그러냐?” “그 당시에 한 철없던 행동이었다”라며 억울해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젠 더이상 피해자들은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둘씩 피해자들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사회도 그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체육계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거나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일들은 이제 멈춰져야 한다. 이제 팬들이나 일반인들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관심 있게 듣고 싶어 한다. 현재도 별다른 제약 없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스포츠계이든, 연예계이든 학폭 가해자들이 있다면, 더 이상 숨지 말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