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사흘째인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시민들이 윷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 연휴 사흘째인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시민들이 윷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3

주부 “음식 장만 부담 적어 좋아”

고등학생 “새뱃돈 수입 줄어 들어”

비대면 영상 새배와 새해 인사

[천지일보=양효선, 홍보영 기자] “코로나 명절 수혜자는 바로 저예요. 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삶 가운데 깊숙이 파고들어 많은 것이 달라진 가운데 설 연휴가 끝나가는 1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김여진(39, 여)씨가 이같이 말했다.

설을 맞았지만 코로나19 이전 가족·친지들이 모여 지내던 명절과 달리 나와 가족을 지키고 대면보다 비대면인 풍습이 새로운 설 풍경을 만들었다.

정부는 설 연휴로 인해 이동량 증가 등 대확산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와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설 연휴에도 이어갔다. 이에 따라 명절 풍습도 바뀐 모습이 보였다.

9년차 주부라던 김씨는 명절 증후군에 시달렸던 사람 중 한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명절만 되면 일상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명절이 시작되기 하루 전 오전 7시까지 시댁에 가서 음식 장만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시댁 어르신이 종갓집처럼 대(大)식구가 먹을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막내 며느리로 쉴 틈 없이 일했다던 그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시댁 어르신께서 직접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19로) 피해가지 않도록 조심하자’하시고 음식 장만도 ‘하지 말자’고 하셔서 너무 수월했다”고 기쁜 내색을 비췄다.

또한 그는 “친정에서도 어른들이 방역조치로 인해 모임을 자제하는 것을 알고서 ‘안 와도 된다’고 해서 잠시 얼굴만 뵙고 인사드리고 왔다”고 덧붙였다.

“세뱃돈이 작년 대비 30%로 줄었어요.”

평택에 사는 할머니 댁에 갔다가 혼자 학원가기 위해 서울로 돌아온 김영일(18)군은 아쉬운 듯 이렇게 말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친척들을 많이 뵙지 못하고 세배도 드리지 못해 세뱃돈을 적게 받았다는 것이 김군에 설명이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명절이었을 때는 가족과 함께 기차타고 할머니 댁에 갔었는데 바이러스 전염이 될까 우려돼 차를 렌트해서 이동하게 됐다”면서 “그나마 차가 안 막혀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명절에 10~15명 정도 모이는 데 이번에는 할머니를 포함해 우리 가족 4명만 모였다”면서 “할머니 모시고 목욕탕도 가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천지일보 칠곡=송하나 기자]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 아침을 맞아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 12일 차례를 지낸 뒤 아들과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를 한 뒤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 칠곡=송하나 기자]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설날 아침을 맞아 경상북도 칠곡군 북삼읍의 한 가정집에서 12일 차례를 지낸 뒤 아들과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안전하게 영상통화로 세배를 한 뒤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2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비대면 시대에 맞는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세배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날 오전에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영상통화로 세배 후 새해 인사를 했다.

영상으로 세배를 받은 김철수(가명, 남)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몸은 멀리 떨어져있지만 마음만은 가깝게 영상통화로 가족들과 소통했다.

손녀 김영희(가명, 32, 여)씨는 “정말 언택트 시대를 실감한다”며 “할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셨다. 그러지 않아도 보고 싶었던 손자, 손녀들인데 직접 만나지 못해도 영상이라도 얼굴 보고 인사드리니 웃음을 감추지 못하신다. 그 모습을 뵈니 나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명절 풍습으로 바꿔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남 창원에 부모님을 뵈러 간다는 임귀성(30, 남)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명절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로 모이지 못하다보니 전통적인 차례를 지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의견이 분분하고 다투기도 한 것을 봤다”며 “명절에 대한 의미를 새겨보고 언택트 시대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풍습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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