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희망브리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희망브리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 인터뷰

설립 60주년 된 민간 구호단체

언론사·사회단체 주도로 결성

코로나19로 기부금 천억 모아

 

파주·함양에 독자적 물류센터

‘지회·지부’ 없이 정부와 공조

올해 회원 천만명 돌파 했으면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제 재난은 일상화됐습니다. 대비하고 예방해야 재난이 닥쳐도 덜 고생합니다. 또 재난이 터지면 반드시 연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60주년을 맞아 회원 천만명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협회 설립 60주년을 맞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최초의 모금 구호기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갑작스러운 재난·재해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1961년 전국의 방송사와 신문사, 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설립한 순수 민간 구호단체다.

김 사무총장은 “적십자는 1945년에 들어온 세계 기구이지만, 희망브리지는 국민과 언론, 사회단체가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모금 구호기관”이라고 설명했다.

희망브리지는 태풍, 홍수, 가뭄, 지진, 폭염, 폭설 등 자연재해와 대구 지하철 참사, 연평도 포격, 세월호 참사, 강릉 산불 등 국가적 재해가 발생했을 때 전국 언론기관과 함께 모금 캠페인을 전개하여 국민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국민성금을 모금해오고 있다.

그는 “재난재해가 나면 정부와 함께 지원해온 희망브리지가 있다는 걸 국민이 알아줬으면 한다. 또 올해 60주년을 맞았으니 많은 분들이 1만원의 회원이 돼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김 사무총장은 “재난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고, 누가 무슨 일을 겪을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며 “지금의 직원들이나 과거 직원들이 굉장히 헌신했다는 것을 60주년이 되고 보니 새삼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집중호우, 태풍, 수혜, 지진 등 너무 많은 재난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희망브리지 직원들은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함에도 협회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천억원 가까운 기부금을 모았다.

김 사무총장은 “협회는 정부와 동전 앞뒷면처럼 붙어서 일을 하므로 지회·지부가 없다”면서 “현재 2배 증원해서 직원이 40여명인데 이 숫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모금을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전례 없는 종류의 재난이다 보니 대응하는 방법도 새로워야 했다고 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의료진, 자가격리자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전달하거나 방역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희망브리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희망브리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힐링 키트’ 심리 안정에 도움

김 사무총장은 “국민과 기업 등이 건넨 소중한 성금과 물품으로 핀셋형 구호 활동을, 꼭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전해드리기 위해 40명 남짓한 우리 직원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밤낮없이 발로 뛰며 일한 결과 K-방역을 K-구호가 뒷받침했다고 자부할 만큼 훌륭한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고 김 사무총장은 말했다.

희망브리지는 지난해 초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우리 교민과 유학생에게 모포와 속옷, 위생용품, 생활용품을 전달한 바 있다. 시집과 허브차, 반려 식물 등으로 구성된 ‘힐링 키트’는 희망브리지의 대표적인 코로나19 구호 물품 중 하나다.

몸은 물론 마음마저 지친 의료진과 사회로부터 격리돼 치료를 받으면서 우울함이나 분노 등이 쌓일 수 있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심리안정에 ‘힐링 키트’가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김 사무총장은 밝혔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동부구치소 재소자 지원을 언급하며 “재난을 당했을 때는 똑같이 도와줘야 한다. 그게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희망브리지는 다른 단체와는 달리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경기 파주와 경남 함양에 두고 있다. 재해구호법에 따라 전국 지자체가 보유해야 하는 재해 구호물자도 저희가 위탁 보관할 정도로 물류센터의 규모가 크다. 재난에 대비해 희망브리지가 미리 제작해놓은 구호 키트도 이곳에 보관돼 있다.

다만 김 사무총장은 “물류센터 두 군데로는 부족하다. 복합재난 대비도 해야 하고 대피소도 없다”며 정부가 60주년을 맞은 협회에 물류기지를 지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 그는 재난 때마다 희망브리지에 기부해준 문재인 대통령 내외, 유재석, BTS, 삼성 등을 직접 언급하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더 어려운 곳에 써달라’라며 의연금을 되돌려주신 부산의 80대 할머니, 1천원 2천원씩 모은 용돈을 기부한 8살 꼬마, 문화상품권 수십장을 모아준 고등학생들, 저금통을 깨 보낸 아이 등 마음 따뜻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김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희망브리지 모금액 기준으로 볼 때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그는 “협회를 믿고 기부금을 내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모금된 성금과 물품은 재난을 당한 분들에게 야무지게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이 구호 물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정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이 구호 물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0

◆“코로나, 고통과 함께 깨달음 줘”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대재앙으로 보는데 오히려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나 선물일지 모른다”면서 “깨달음을 줬다고 본다. 절제하고 환경도 파괴하지 말라는 교훈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여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긴 장마나 이번 겨울의 한파는 인간의 탐욕, 육식,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모습 등에서 비롯된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말이다.

전세계 코로나19 현황 실시간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확진자는 1억 540만 205명, 사망자는 229만 2802명이다.

김 사무총장은 “일상생활도 완전히 바꿔 놨다. 코로나19로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런데도 이 감염병에서 우리 인류가 얻을 교훈이 있다면 인간이 만사를 좌지우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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