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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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교회 정규예배 허용하자

SNS 등에서 형평성 지적 목소리

“교인이 모였는데 벌은 왜 국민이”

교회 향한 부정적 인식 어디까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서울에 사는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진다.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지침 때문에 추석 때에 이어 설날까지 부모님을 못 보게 된 것에 대한 분노다. 그는 “지금 집단감염 사고는 예수쟁이들이 활개 치고 다녔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정부 시책에 잘 따른 국민에게 일 년에 한 번 있는 민족의 명절도 제대로 못 지내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모든 교회를 폐쇄하고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설 연휴 이동 자제를 요구하면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연장한 가운데 교회를 향한 비난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진정 국면을 보이던 코로나19 확산세가 교회를 통해 또다시 불거졌단 인식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종교시설의 경우 숙박, 식사 소모임을 금지하는 조건 아래 설 연휴에도 정규 예배가 가능하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날에 부모님 묘가는 건 출입금지고 안 되는데, 교회는 예배가 가능한 것이냐’는 등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교인들이 모였는데 벌은 전 국민이 받게 됐다”는 하소연이 올라왔다. 지난 추석 코로나19로 인해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을 이번 설날에는 찾아뵐 수 있을까 기대하며 정부의 방역수칙을 지켜왔는데 최근 잇따른 교회 관련 집단감염으로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이 강화됨에 따라 또다시 고향 방문이 무산됐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것이다.

페이스북에는 ‘교회’ ‘개신교’ ‘설날’을 키워드로 한 글에서 네티즌들의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고향집에 선물 들고 갈 게 아니라 가까운 교회에 화염병이나 폭발물을 들고 가는 게 예의일 것 같다” “가족 상봉도 못 하게 한 교회에 피해를 보상하도록 해야 한다” 등 하소연과 함께 “교회엔 관대한 결과 꼴이 이게 뭐냐” “모이지 말라고 해도 몰래 모이는 몇 교회들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설날 가족 모임은 막는 거냐”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교회 앞에서 ‘기습 시위’를 하겠단 움직임마저 등장했다. 공적 모임도 아닌 교회 모임은 허용하고 설날 가족 상봉을 못 하게 하는 건 이해 안 되니 재검토를 부탁한단 내용의 글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교회를 향한 국민 분노에도 설 연휴 가정예배를 진행한단 광고를 버젓이 게재한 교회도 존재했다. D교회는 6일 SNS를 통해 ‘설날 가정예배 모범’이란 제목의 교회 주보를 게재했다. 이 교회는 주보를 통해 “우리의 주인 되신 하나님 앞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의 생전의 삶과 신앙을 생각하는 가운데 가족 친척들이 친교 하며 신앙을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로 삼고자 민족의 명절인 설날에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라며 “추모 예배는 반드시 드려야 하는 예배는 아니지만, 가정예배는 추모예식을 겸해 예배드릴 수 있다”고 적었다.

교회를 향한 국민 분노 배경엔 코로나19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곳이 교회 등 종교시설이라는데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3차 대유행은 올해 들어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며 300명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인터콥 선교회, IM선교회를 비롯한 곳곳의 집단감염 여파로 순식간에 500명대로 늘었다. 지역에서도 소규모 교회 등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채 소모임을 진행해 집단 확진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교회를 향한 분노와 비판이 거세졌다. 방역 당국은 지난 1일 코로나19 관련 백브리핑에서 “대면 예배를 통한 감염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내고, 개신교계에서도 “일부 교회의 일탈일 뿐 대부분 교회가 방역을 잘 지키고 있다”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는 교회가 아니냐”는 목소리와 함께 국민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평가 조사’ 결과, 한국교회를 ‘매우·약간 신뢰한다’ 응답은 21%에 불과한 반면,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경우는 무려 76%로 나타났다. 2020년 1월 교계 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당시 같은 질의에서 한국 교회에 대한 '매우·약간 신뢰' 응답 비율은 32%였다. 1년 만에 11%가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신뢰한다는 응답을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으로 나눠 보면 개신교인 중 신뢰한다는 비율은 70%였으나 비개신교인은 9%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소 관계자는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교회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교회가 진심을 가지고 교회 본연의 기능과 사회적 역할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행동을, 장기적이고 지속해서 진심을 가지고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는 조처를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연장했다. 손영래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모임 금지를 어기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떨어져 지내는 가족은 설 연휴를 맞아 한곳에 모여서 정을 나누는 행위를 삼가고 비대면으로 안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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