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승리호' 포스터(제공: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포스터(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10년 전쯤 우연히 우주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아이디어를 다듬으면서 지금의 ‘승리호’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처음에는 감독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10년을 다듬고 다듬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그것도 영화관이 아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중 하나인 넷플릭스에서.

5일 공개된 영화 ‘승리호’는 기획 단계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늑대소년’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한국적인 감성으로 잘 풀어낸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후의 차기작이자 배우 송중기와의 재회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 최초의 우주 SF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에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원래였으면 지난해 여름에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봉은 계속 연기됐고 지난해 하반기 내내 표류를 하다 드디어 넷플릭스에 안착하게 됐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제공: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컷(제공: 넷플릭스)

승리호는 2092년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는 황폐해져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 됐고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은 우주로 떠났다. 우주 위성 궤도에는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졌다.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낙원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먹지 못하는 꿈의 떡일 뿐이다.

지구의 사람이 우주로 가기 위한 방법은 ‘일’하러 가는 방법만이 있다. 그렇게 우주에서 일하는 4명의 왁자지껄한 이야기가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에서 벌어진다. 천재적인 실력을 가진 조종사 태호(송중기)는 UTS 시민권을 가졌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권리를 박탈당하고 돈을 밝히게 된다. 그와 함께하는 승리호의 크루에는 가장 어린 나이지만 승리호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전략가인 장 선장(김태리)과 생긴 외모는 투박하지만 정이 많은 타이거 박(진선규), 로봇이지만 남몰래 작은 희망을 가진 잔소리꾼 업동이(유해진)가 있다. 평소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앞 다투어 싸우지만 우주쓰레기를 찾을 때만큼은 온전히 하나가 돼 움직인다. 그런 이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 사건은 스펙터클하면서도 한국의 정이 듬뿍 담긴 한국형 우주 SF 영화로 변모했다.

여태껏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여타의 우주 SF 영화와 ‘승리호’가 다른 점은 조성희 감독만의 섬세한 캐릭터 묘사와 한국형 신파가 담겼다는 점이다. 지난해 개봉됐던 ‘반도’처럼 가족에 대한 연민과 신파가 첨가된 승리호는 헐리우드 우주 SF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돼 보인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제공: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컷(제공: 넷플릭스)

거기다 일반 영웅적 서사를 가진 인물들이 아닌 일반 서민과 같은 이들이 우주를 구하는 쾌감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점이 아쉽다. 커다란 스크린과 고음질 음향의 영화관에서 봤다면 비주얼적인 면에서 쉽게 몰입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 다른 환경에서 보게되는 넷플릭스의 특성상 이 부분은 많이 반감이 된다. 이에 지난 2일 진행됐던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김태리는 “소리를 많이 키워서 영화를 본다면 훨씬 실감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고 진선규 역시 “조금이라도 큰 TV가 있으면 사운드바와 함께 불 끄고 보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승리호는 전반적으로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나 스타트랙과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분위기를 띈다. 하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가족적인 애정은 인터스텔라의 부성애와 같은 맥락을 함께한다. 다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가족적 분위기가 촌스럽지 않았다고 할까. 이제 승리호는 전 세계를 향해 닻을 올렸다. 과연 한국형 감성을 듬뿍 실은 승리호 역시 순조롭게 순항할 수 있을 것인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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