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회 향한 원성 하늘 찌르는데, 언제까지 ‘일부 탓’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고통받는 국민들께 사죄드리며 한국교회에 호소합니다.”

지난달 31일 진보 성향의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와 함께 일부 교회에서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이 터진 것에 대해 사죄했다. 이들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들을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이들의 죄로부터 한국교회 모두가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하면서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NCCK가 대국민 사죄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동시에 개신교를 향한 국민적 반감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목사들의 강력범죄, 명성교회 세습문제, 교회 내 부정부패로 개신교계가 사회적 논란이 됐을 때도 이 정도로 반감이 심하지 않았다.

오늘날 개신교에 대한 반감이 이토록 심해진 것은 정부와 국민의 잇따른 호소와 당부에도 개신교 관련 집단감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탓이 크다. 

최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내 코로나19 감염경로 중 가장 많은 환자가 나온 곳은 ‘종교시설’이었다. 총 5791명이 나왔다. 1차 진앙지라 지목받는 신천지예수교회 관련 감염 5214명을 넘어선 수치였다.

새해가 밝아서도 개신교 관련 집단감염이 쏟아지고 있다. 올 들어 주요 집단감염원 9곳 중 종교 관련은 5곳에 달하고, 관련 확진자의 절반 이상도 종교 관련 감염자들이다. 특히 인터콥 선교회, IM선교회 소속 국제학교 등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며 많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또 이 두 기관 모두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수백명이 모인 모임을 강행하고,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국민의 공분을 샀다.

코로나 종식만을 바라며 벼랑 끝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국민들은, 진정 국면 때마다 터지는 개신교 관련 집단감염에 좌절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이제 국민 사이에선 교회라면 상종도 하기 싫다는 격한 분위기마저 흘러나온다.

다음은 취재 중 대화를 나눈 한 개신교인의 말이다.

“제가 교회를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주변 지인들은 교회를 그만 나가면 안 되겠냐고 말해요. 제가 물들까 봐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요. 아예 저를 피해 다니는 지인도 있었어요. 코로나가 끝나도 어디 가서 이제 교회 다닌단 말을 꺼내지 못할 것 같아요.”

뿐만 아니다. “이젠 길에서 교회 전단만 봐도 꺼림칙하다”는 시민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개독교” “민폐 종교”등 교회를 향한 부정적 인식과 혐오 발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원성 앞에 개신교계도 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억울하단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고 비대면·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교회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일부 교회보다 많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부 교회의 일탈 때문이지 개신교계 전체의 잘못은 아니라는 거다.

개신교는 ‘개교회주의’여서 교단의 통제가 어렵다는 교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있다. 중앙집권식 운영이 확실한 불교와 천주교와는 달리, 개신교는 개별 교회의 입장이 우선시 되는 체계기 때문에 전국 100개가 넘는 교단과 9만개에 가까운 교회를 전부 이끌 수 없다는 논리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쏟아졌을 때 이 교회와 선을 그은 것도 결국 이러한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회에서 ‘일부 개별 교회의 일탈’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일부’도 결국 같은 교회 아닌가. 또 예수님의 이름을 믿는 자들은 하나님의 자녀(요1:12~13)라고 했으니 같은 종교를 가진 가족이기도 하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도 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계속해서 발생하는데 대책은커녕 일부의 잘못이라 선을 긋기만 하는 등 교계를 대표한다는 목회자들이 무능한 대응력과 더불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2020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선 ‘목사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국민 비중이 68%로 컸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교계 내부에선 책임을 돌리기 급급한 모습이 비춰진다. 최근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언론’과 ‘방역당국’이 확대시켰단 취지의 말을 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종교 관련 경로로 발생한 확진자수는 전체의 8.8%에 불과한데 한교총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교회발 확진자수의 비율을 43.7%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언론 보도와 방역당국의 브리핑이 한국교회를 실제 이상으로 집중조명하는 탓에 국민에게 교회의 책임을 과도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교총이 말한 자료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 9일까지 약 3개월간에 국한된 자료다. 1년간의 교회발 주요 집단감염이 포함되지 않은 이러한 자료만으로 ‘국민이 오해를 하고 있다(한국교회언론회 논평 중)’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난 1년간 국내 모든 기관을 통틀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곳이 ‘종교시설’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단, 일부의 일탈이라고만 잘못을 돌리기보단 개신교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대한 교회 내 지침 마련 등 속히 교회가 하나가 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정부 방역을 종교 탄압이라며 거부하는 교계 내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이상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순 없다. 개신교는 전체가 비대면 예배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작금의 국민 분노를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