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박 이동 시키는 이란 혁명수비대(부산=연합뉴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부산=연합뉴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외교부, 관련 소식 전해

“선박관리 필수 인력 제외”

바이든 신행정부 의식 가능성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이란 정부가 한 달 가까이 억류해온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 선박의 선원 대부분의 석방을 결정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억류의 원인이 됐던 ‘동결 자금’ 문제에 관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나온 전격적인 결정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부 “이란, 양국 관계 고려 억류 해제”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2일) “이란 정부가 양국 간 우호적 관계와 인도적 측면을 고려해 선박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원을 남기고 나머지 선원 전원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압바스 아락치 이란 정무담당 외무차관이 최종건 외교부 2차관과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또 아락치 차관은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동안 선장에 대해 인도적 처우와 충분한 영사 조력을 보장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란 측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잔류 예정인 선장과 선박도 조속히 억류에서 해제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4일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해 선원 20명을 억류했다.

당시 이란 정부는 해양 오염이 나포 사유라고 주장했으나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70억 달러(약 7조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최 차관이 이끄는 정부 교섭단을 이란에 파견하는 등 선원 석방을 위해 이란과 대화를 이어왔는데 억류된 지 29일만에 성과를 내게 됐다.

[테헤란=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으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테헤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한국에 동결된 자국 자금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2021.01.12
[테헤란=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가 공개한 사진으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테헤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한국에 동결된 자국 자금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동결자금 문제, 소기의 성과 달성 관측

이란의 석방 조치를 두고 ‘동결 자금’ 문제를 재차 환기시키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한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한국과 이란은 동결 자금으로 의료 장비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0) 백신 등 의약품을 구매하는 방안, 유엔 분담금을 내는 방안 등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물론 이란 자금 동결 문제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연관돼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미측과도 지속적인 소통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동결 자금에 관해 양국 간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 전개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 차관은 실제로 앞선 통화에서 동결된 원화자금 문제의 해결을 통해 우호관계로 나아가자는 데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도 “최 차관의 방문 이후 이란과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지며 자금 동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우리의 진심이 이란 지도부에 전해졌다고 이란 차관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를 의식해 이란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어차피 미국의 협조 없이는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데다 미측이 이란 핵협상(JCPOA)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이 사태가 인도적 문제로 번질 경우 되려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협력 부총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란이 나포의 이유라고 주장했던 환경오염 문제는 명분이었을 뿐 동결자금 해제를 위한 정치적 목적에 있음을 국제사회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인도주의적 문제로 확산할 우려, 이란 핵협상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 등이 석방을 결정한 주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한국케미' 나포에서 석방까지. (출처: 연합뉴스)
'한국케미' 나포에서 석방까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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