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8

첫 방문 동부구치소로 ‘인상’

추미애 방역미흡 비판받던 곳

청문회부터 윤 총장 만남 강조

고위간부인사 협의 이뤄질 듯

秋 -尹, 검찰 인사마다 갈등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1일 취임한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바야흐로 전쟁을 벌였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윤 총장과 새로운 관계설정을 이룰 지 주목된다.

1일 법무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나선다.

박 장관은 앞서 지난달 28일 임명돼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박 장관은 첫 행보로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았다. 동부구치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곳이다.

동부구치소와 관련 추 전 장관은 윤 총장 징계에만 몰두, 제대로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아 감염이 확산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동부구치소 관련 첫 사망자가 나온 지난해 12월 29일에야 동부구치소를 방문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계속 받았다.

박 장관이 동부구치소를 가장 먼저 방문한 건 검찰 관련 업무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법무부의 모든 분야에 대해 관심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입구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입구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 2021.1.28

◆기회마다 ‘윤 총장 만남’ 언급

그러나 역시 관심은 검찰과의 관계설정이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교체를 결정한 것도 회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파열음을 낸 검찰과의 갈등국면 수습과도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박 장관은 동부구치소 방문 자리에서 “검찰 인사가 급선무”라면서 윤 총장과 조만간 만날 것임을 시사했다.

다음날에도 박 장관은 출근길 취재진에게 “인사 원칙과 기준을 정한 뒤 2월 초쯤 윤 총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조국 전 장관과 추 장관이 이어온 형사·공판부 검사 우대 원칙을 존중하고 가다듬겠다”면서도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연일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 총장과의 협의를 강조한 것이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천지일보 DB

◆추 전 장관, 1년 내내 윤 총장과 충돌

전임 추 전 장관은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해왔다.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단행한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측근을 대부분 교체했다. 당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 대검 부장 5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옮겼고, 서울중앙지검장도 배성범 검사장에서 이성윤 검사장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윤 총장 의견 청취 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고, 윤 총장이 인사 명단을 모르는 상태에서 의견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고 하자 추 장관은 이를 ‘항명’으로 보고 아예 윤 총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단행된 인사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 장관을 옆에서 보좌하단 조남관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대검 차장검사로, 이성윤 지검장의 지휘를 받던 당시 차장검사들을 대검 부장으로 발령했다.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윤 총장 징계로 법무·검찰 선 넘은 대립

하지만 추 장관이 전면에 내세웠던 검사들도 윤 총장 징계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면서 추 장관 보단 검찰 조직에 더 힘을 싣는 등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갔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윤 총장 징계가 법원에 의해 일시 중단된 지난해 12월 초 사표를 냈고, 조 차장검사는 지난해 11월 30일 추 장관을 향해 “거의 모든 평검사와 중간 간부 및 지검장, 고검장에 이르기까지 장관님의 이번 (징계) 처분을 재고해 달라는 충정 어린 릴레이 건의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며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이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검장은 평검사부터 차장검사들까지 이 지검장에게 반발한다는 설이 제기되는 등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의 극한 대립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 국면을 만들어내며 정부여당을 어렵게 했다.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문대통령 “尹, 文정부의 검찰총장” 이후 관계 재정립 국면

이 때문에 박 장관은 강경 충돌을 피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윤 총장을 껴안았다.

결국 박 장관은 법무·검찰의 관계를 재정립해 표면화된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그러나 여전히 검찰개혁 완성이라는 문재인 정부 최대 과제를 두고 검찰과 순풍만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전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호국영령들께 모든 국민의 염원인 검찰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며 검찰개혁 완수의지를 확고히 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개혁 시즌1’이라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등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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