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만하더니 또 터졌다. 정치권에서 불거진 막말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막말은 몇 가지 대목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더 크다. 조 의원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총선 때 민주당 고민정 후보 지원을 하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100만원 지급’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런 게 ‘금권 선거’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먼저 조수진 의원이 말한 핵심은 고민정 의원이 문재인 정권의 엄청난 대우를 받으며 국회의원에 당선 됐다는 것이다. 그 비유를 조선시대 아들을 낳은 후궁에 비유한 것이다. 전적으로 비유가 잘 못 됐다. 정권에 의한 대우를 굳이 조선시대까지, 그것도 아들을 낳은 후궁과 연결시킬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비유는 설득과 공감의 기술이다. 그럼에도 설득이나 공감은커녕 비방과 막말 대접을 받는다면 안 하느니 못한 발언이다.

만약 이 발언을 남성이 했다면 어찌 됐을까. 먼저 여성의원들이 들고 일어나 사태는 더 커졌을 것이다. 막말에다가 성희롱까지 더해져서 남성들의 성인지감수성 결핍에 대한 사회적 경종으로 확산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가해자가 의원이고 또 여성이다. 먼저 발끈하고 더 큰 목소리로 여성 비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여성의원이 다른 여성의원에게 그런 막말을 했다는 것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조수진 의원은 언론인 출신이다. 말과 글로써 세상의 거짓과 아픔을 짚어내고 국민과 소통했던 사람이었다. 말과 글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더 놀랐다. 어느새 의원 배지를 달더니 진영 논리에 빠져 막말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막말과 오염된 언어에 준엄한 비판을 가해야 할 언론인 출신 정치인도 별수 없다는 생각뿐이다. 정말 그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사실관계 하나만 더 짚어보자. 고민정 의원은 광진구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배지를 단 사람이다. 그것도 오세훈 전 시장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거머쥔 승리였다. 그럼에도 그 승리를 단순히 문재인 정권의 ‘특급 대우’ 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광진구 주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자칫 광진구 주민들이 분노할 일이기도 하다. 마침 4월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서울의 민심은 차기 대선판세를 읽는 잣대가 될 것이다. 조수진 의원이 비록 사과는 했지만 그 후유증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인적 혁신’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케이스는 어떻게 할까.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갈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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